(아처) 문화일기 110 TV People (1998-11-30)

작성자  
   achor ( Hit: 958 Vote: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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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0804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10 TV PEOPLE                               
 올린이:achor   (권아처  )    98/11/30 21:47    읽음: 22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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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PEOPLE, 村上春樹, 1990, 소설

난 이 책을 손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단번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마음에 드는 단편들의 묶음이었다.








사실 난 하루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1998년 6월 11일, 'Lexingtonの ゆれい'를 읽고 나서
난 그 책에 "그는 나와 맞지 않아!"라고 단호하게 적어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날로 일상 속의 초현실을 추구해나가는 듯 보인다.

그의 단편 속에서는
언제나 비정상적인 한 인물이 등장하여
일상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는 'TV People'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여
'Lexingtonの ゆれい'에서는
너무 과도하여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줄 정도였다.
그래서 그 시절 내가 그토록 단호히 말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TV People' 속에 수록되어 있는 6개의 단편은
모두 내 마음을 충족시켜줄만한 것들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는 말을 툭툭 내던지는 듯 하면서도
아주 조심스럽고 힘들게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난 아직도 'Norwegian Wood'속의
적절한 낱말을 찾지 못하는 なおこ는 그 자신의 모습이라 믿고 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한마디 한마디 던질 뿐이다.
그렇지만 그 말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많은 생각을 하고 난 후, 충분히 검증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처럼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과거, 필요이상으로 길게 문장을 이어썼던 내가
요즘 그나마 짧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다 그나 村上龍 덕분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일본어가 원래 짧은 것일 지도 모르겠고.

그의 천부적 재능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일상을
일그러트려서 볼 수 있다는 것 같다.

삶에 열정이 없다면,
生에 관심이 없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것.
그는 그 사소한 부분들을 그의 투명한 눈으로 발견해내고 하는 것이다.

난 그의 그게 좋다.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의 이 환타지성 소설들을 보고 있자면
공중에 붕~! 뜬 기분이 들어 상쾌하다.

'TV People'.
참 참신한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잘 말해준 작품이었다.

물론 아직 그의 심오한 생각들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쩐지 그를 읽고 나니 개운했다.


981130 20:30 하루키 최고의 걸작. 일그러진 현실을 걸어가다 문득 뒤돌아본 느낌.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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