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떠나야할 때를 알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멋
있는 모습이겠고, 저 또한 그 멋을 따르고 싶습니다. 오는 4월
20일은 칼사사 1주년의 날입니다. 그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이렇
게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제 상황 얘기를 하자면, 이미 부모님과 얘기가 되어서 조만
간 빠른 시일내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며, 휴학을 하겠고,
조그만 절에 들어가 얼마동안 요양을 하면서 정신력이나 키울 예
정입니다. 이 모든 작업이 급히 이루어질 예정이기에 더이상 통
신을 하기란 무리겠고, 더이상 여러분을 만나기도 힘들 듯 합니
다.
저는 처음 대학교에 들어와서 제 생활의 방향은 다양한 경험이었
습니다. 이미 요절을 알았기에 조금이나마 많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고,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 때
만난 것이 칼사사로 칼사사는 제게 너무도 많은 소중한 경험들을
주었습니다.
지금 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1년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
나고 있습니다.
처음 칼사사를 만들기 위해 함께 뛰었던 모습과
첫 정모 때 서울대학교 들판에서 호겸에게 보여줬던 친구의 모
습, 그리고 함께 달렸던 그 운동장과
연세대학교 큰 바위 아래서 함께 불렀던 그 노래, 정민이 올라
갔던 그 나무, 마음껏 소리질렀던 그 모습과
목표없이 발 닿는대로 떠났던 그 여름의 여행과
무척이나 열악했지만 너무도 많은 소중한 추억을 남긴 그 여름
엠티와
'~주제에'란 유행어를 남겼던 그 가을 소풍과
너무나도 행복했던 그 겨울 엠티...
생각할수록 제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들임을 깨닫고 있습
니다
이제 전 여러분 곁을 떠나려 합니다. 덕분에 무척이나 행복했고,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진정으로 제 생이 끝나는 날까지 여러분
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