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성훈의 전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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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3 Vote: 4 )

무료한 토요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을 14시 무렵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3672-0230 내 사랑스런 전화가 끊기는 날이기에
또 연체요금 독촉 전화겠거니 하고 안 받을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운명이 그랬는지 전화벨은 계속 울렸고,
'에잇! 까짓 거 받고 말자' 하는 마음에 난 수화기를 들었다.

순간 낯익은 목소리, 언제나 했던 그 말,
"나다"

항상 그랬었다.
전화를 할 때면 굳이 누군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목소리만으로도 뻔했고, 원체 나만큼 널널해서 전화나 할 사람이라고는
오직 껄떡 성훈밖에 없었던 게였다.

그 오래 전에 끝나버린 그 뻔한 목소리가
다시금 내 귓가에 들려왔던 것이다.

순간 난 깜짝 놀라 '너냐?'라고 외쳤고,
너무도 반가움에 말문이 막혔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성훈 역시 말문이 막혔는지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나눌 수가 없었다.

굳이 말이 없어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바로 그것이었다.

부대에서 겨우 기회를 얻어 공중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힘든 훈련으로 소문난 백령도의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의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를 물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뼈를 깎는 고통적인 훈련의 연속일지라...

내 출감을 그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었고,
유치장에서 너무도 짧은 면회 시간에 나누지 못했던 애기들을
이번 역시 나눌 수는 없었다.

말했듯이 그냥 말문이 막혀왔다.

참, 성훈이의 주소를 알려줘야겠다.
시간이 된다면 다들 편지 써줬으면 정말 좋겠다.

내가 구치소에 있었을 때 편지 한 통이 주는 기쁨을 나 역시 느껴봤기에
너희들의 그 한 통의 편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인천광역시 용진군 백령면 남포리 사서함 603-30-2호
우편번호 409-910 김성훈

눈물나도록 반가운 목소리였다.



3상5/476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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