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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대학 강사의 눈물 겨운 선언문
올린이 : chatter (오승진 ) 97/06/05 22:30 읽음 : 149 관련자료 없음

선언문

저는 경남 통영 태생입니다. 통영의 유영초등학교를 거쳐서, 마산의 월영
초등학교, 마산동중학교, 마산고등학교,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등을 졸업하
였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에 진학한 지 열두 해를 보내 버린 이 시점에서, 또한 대학
강사의 신문으로서, 이런 선언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정에 대하여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토록이나 추악한 세태 속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없음을 선언
합니다.
박사 학위 논문 심사는 극심한 부패 속에서 행해집니다. 음성적으로 공식
적인 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심사 때마다 결코 적지 않은 돈들이 오고가는
실정입니다. 또한 성대한 향응을 베풀어야 하고, 성적인 쾌락까지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때문에 논문 심사라는 것이, 많은 대학 교수들 사이에 고액의 과외로 되
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매학기마다, 논문 심사를 하나라도 더 맡으려고 혈
안이 된 교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널리 퍼져 있고, 또 물밑에서 당
연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는 사실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 최소한의 의미마저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이 같은 부패를 용
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 추악한 사태들을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을 다 한다
면, 이 선언문은 평생이 걸려도 끝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현재에도 진행
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일어날 일이기 때문입니다.
논문 지도와 관련하여, 자신과 유관한 사람의 그림을 강매하면서도 부끄러
운 줄을 모릅니다.
지도 받는 학생이 그림 한 폭 값으로, 어렵게 마련한 돈 500,000원을 가지
고 집으로까지 찾아갔습니다. 어렵게 주저하면 내놓는 그 돈을, 적다고 방
바닥에다가 패대기를 치는 그 교수는, 보기에 아주 의연하더라고 했습니다.
학위 논문 심사와 관련하여 자동차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여 생긴 자동차
를 타고 다녀도, 그 교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또한 그는 동
료 교수들에게 따돌림받지 않습니다.
이 사실은, 참다 못한 교수 한 사람이, 대학원 모임에서 공개해 버린 사실
이어서, 해당 학과의 구성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대부분 쉬쉬하고 있
는 실정입니다. 물론 그 사람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저 역시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느 교수에게, 이러한 논문 심사의 부도덕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
나 그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너도 교수되어서 논문 심사 많이 해!"
라고, "나중에 본전 뽑으면 될 것 아니냐?"고, 한 오라기의 부끄러움도 없
이 내뱉을 수 있는 작태에, 더 많은 슬픔을 느낍니다. 결코 분노가 아닙니
다. 분노가 아니라 슬픔입니다.
일부 대학 일부 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단 하나의 경우라도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단 한 번일지라도 용인
되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이러한 추태의 해악은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그래도 공
부해 보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젊은이들의 인생을 낭비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그 뜨거운 마음의 젊음들을 모조리 시들어 버리게 한다는 사
실에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뜨거운 마음은 존중되어야 하며, 우리사회를 제대로 이끌어 갈
원동력은, 그러한 젊은이들의 올바른 열정과 실력입니다. 그 젊음을, 그
청춘을 모두 다 허비해 버린 지금, 불혹의 나이를 바라봄젼서, 이렇게 통한
의 눈물을 흘리며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는, 자신들과 비슷하게 추악한 인간들을 요구하고, 또
다시 꼭 그와 같은 인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교수 임용과 관련
된 비리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그 문제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추악한 인간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학생들이 그들에게서 과연 그 무엇을 배우겠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저부터 빠져 나와야 하겠습니다.
저는 석사 학위 논문을 태워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1989년 겨울, 양평의
두물머리 강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얼어붙은 강물을 바라보며 한권 한
권 태워 나갔습니다. 그래도 한 조각 미련이 남아서 전부 다 태워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태워 버렸다고 했습니다. 묘하게도
그 장소가 두물머리 강가였습니다. 한권 한권 태우다 보니 눈앞이 흐려지더
라고, 안경이 ㉩어서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 안경을 벗어버렸더니, 자신의
학위 논문 페이지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논문이 타면서 내는 열기는 무척이나 따뜻하더라고 했습니다. 한줌
의 재가 되어 버린 자신의 논문이 내는 온기는 훈훈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다시금 눈물이 글썽한 그를 바라보던 저는 아무 말도 하
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결코 누구의 잘못을 세세히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교육의 이름으
로 벌어지는 작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도덕
성을 회복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무질서의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우리 모두가 함
께 져야만 합니다. 우리들 각자가 이 사회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밖에 없
습니다.
"이크! 이러다가는 박살나겠다!!"라고 생각하고는 더 교묘한 방법들을 찾
아낼 것이 아니라, 당신네와 같은 교수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주기를 바라
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분간 좀 공허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살
아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네들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떳떳
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세상 누구보다도 더 깨끗하게
살아갸아 할 사람들 아닙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당신네들이 지금 무신 짓을 하고 있는지 정신을 좀 차려
보십시오, 그것 하나가 지금 애원하는 바의 전부입니다.
누가 어떤 나쁜 짓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을 들추
어내어서 벌을 주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벌을 받는 사람과 크게 다른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이것이 크게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교육받
아 왔고, 또 그렇게 교육시키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닙니다. 올바
른 사회에서의 상벌은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통하여, 그러한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보며 살아갑니다. 오
히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며 살아 갑니다. 이러한 흐름은 세대
를 거치는 동안 이어져 왔고, 세대에 세대를 거치며 이어져 갈 것입니다.
하기에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 세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해야 할 일은, 개인 각자가 사회
의 건강성을 되찾는 데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입니다. 이 선언도 그러한 관심의 결과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
다. 저의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그 어떤
이익을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젊은이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러한 얘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그들과
함께 세상의, 인생의 온갖 문제들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올
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함께 울고 웃고 뒹굴고 싶습
니다. 저의 능력이 미치는 한에 있어서, 삶 자체를 그 자체로 살다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는 크리슈나무르티를 강의 할 수 있습니다. 16년동안 그의 저서들을 읽
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자신의 내면으
로 침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삼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앞
으로의 제 삶이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이 선언으로 하여 예정되어 있던, 대학의 강의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
정이 됩니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수 있는 그 즐거움을, 그들이 뺏어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론","사랑론", "교육론", "인생론" 등의 이름으로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박사 학위는 없지만, 깨끗하게 살고 싶습니다. 도
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저의 전공은 한국 현대시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다음
과 같은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만해와 지훈의 시작품들을, 김지하와 박
재삼의 작품들을 일정한 수준으로 연구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은
적절한 상황이 마련되어야 가능합니다.
설령, 이 행위로 인하여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좋습니다. 어떻게 하든
지 간에 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순진한 자신감으로 구차스
럽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정히 어려운 일이라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고맙
게되 아직 정정하신 아버님을 버시고 살 수도 있습니다. 한편 한편 시를 쓰
며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의미 있는 길이 있을 것입니다. 도와 주십시오.
지난 학기 강의는 스스로에게 눈물겨웠습니다. 이러한 선언을 해야 하겠다
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대학 강단에서의 마지막 수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부디,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세상을 사랑으로써 살아가십시오!"
"제발, 썩어빠진 세상에 영합하지 마십시오!"
이 말은, 저의 아버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씁입니다. 제가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저에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 말씀을 그대로 들려 준 것입니다.
마지막 시간, 기말 고사를 치르고, 답안지를 내고 나가는 학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주었습니다. 눈을 마주보며, 그들도 굳게 저의 손을 잡아 주었
습니다. 그 손들은 따뜻했습니다.
부산대학교 공과대학의 여러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공대를 졸업하고, 제가
이 길로 들어설 때, 그렇게 만류하시던 분들이십니다. '문학은 취미로하라
고,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지독하게 고독한 인생이 될 것이라고' 하시
던 말씀이, 열 두 해가 지난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들려 옵니다.
저는 고독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그릇된 일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바람과
풀과 산과 하늘이 모두 제 곁에 있습니다. 저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과 후배
들도 있습니다. 고독한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하나 되어 홀로 있는 것입니다
부디, 저의 이 선언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로 되는 것을 막아 주십시오.
하등의 의미도 없는 일로 되어 버리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푸른 하늘로 까치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1997년 5월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
김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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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