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줄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세상엔 의외로
많다. 혹자는, `그 따위 변명은 필요없어!' 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변
명이든 구라든, 천재지변과 비스무레한 것이라 칭할 수 있는 불가피한것
들이 많다. 물론, 따지고 들어가서 잘잘못을 가린다면야 불가피하다고이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보통 불가피하다는 건, 여러가지의 대안들 중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걸선
택하였을 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라는 답변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지하철이 빵꾸나서 말이야. 그래서 어
쩔 수 없이 늦어 버렸네. 미안해.' 라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다분히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상대는, 그 대안은 잘
못된 대안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 거 계산해서 좀 일
찍 나오면 안되는 거야?' 라는 식의. 사람들은 이내 허탈함에 빠진다.
분명 늦은 이유는, 지하철의 지연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지하
철이 빨리 가도록 `오라이~'를 연발할 수는 없는 문제이고, 시간이 더걸
릴지 모르는 버스로 갈아타는 데 배팅을 할 수도 없다. 결국, 최선의 방
법이라고 나름대로 선택한 것인데 ``변명''이라니!
적어도, 그런 경우라면 `좀 늦었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라며 조
용히 이야기를 시작하고, 자신을 뒤돌아보며 `나도 그랬었던 적이 있었
지.' 라던가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것
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걸 빌미삼아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에게는
정말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