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란 인간은 규칙적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었나 보다. 그래도 학창시절엔, 간혹 문제가 되긴 했지만
지금같이 크지는 않았었는데 2년간의 시간은 나를 더욱 사회
로부터 멀어지게 해 버린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난 대단하다. 저항과 억압에 불굴의 투지로
꿋꿋이 도전하는 장한 나!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뻔하지. 뭐, 또 지각한 얘기. --;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난 단순히 숙면을
하는 까닭에 잘 일어나지 못할 뿐인데, 사람들은 내가 도전
한다, 저항한다, 게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
중에는 화려한 전과자들도 많지만 나만큼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더욱 내가 대단하다는 거다.
"무슨 문제라도 있니?"하며 친근하게 접근하는 사람, "뭐
가 불만인진 모르겠지만 게기면 어떻게 되는 지 똑바로 가르
쳐주지"하며 협박하는 사람 등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때론 당근을, 또 때론 채찍을 주지만 난 여전히 숙면
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굳건한 지조로 지각한다. --;
그들의 오해가 더욱 웃긴 것은, 휴우, 쪼잔하게 지각이 뭔
가! 게길 거라면 보다 큰 무엇에게 적절한 명분으로 게기고
싶지, 난 지각 따위로 게길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지각은
명백한 내 잘못인데 뭘 게길 여지가 있단 말인가. 다만 얼차
려 따위의 육체적 고통에 굴복하고 싶지 않긴 하다.
오늘도 여전히 상당한 얼차려를 받았다. 나날이 근육이 단
단해지며 멋진 육체미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고맙다. --;
근육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느낌으로 난 옥상에 앉아 담배
를 피고 있었다. 아 젠장, 지금은 이런 얼차려로 모든 걸 감
당할 수 있지만 나중에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 정말이지 난 왜 이리 규칙적인 사회구조에 적응하
지 못하는 걸까?
미래가 불안해졌다. 그리고 하릴없이 빈둥거렸던 옛날이
그리워졌다. 그 땐 아무 때나 일어나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고... 모든 게 자유로웠는데...
그 때 어디선가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이 흘러나왔다.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난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래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아,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나아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