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7월부터 한 달을 정리하는 끄적끄적,에
다이어리 월간 정리를 기록해 두기로 하였으면서
깜빡 잊어, 이렇게 뒤늦게나마 고쳐둔다.
0. 1999년 7월
첫째 주 : 이중모션
둘째 주 : 대화 그리고 十元結義 후 26개월
셋째 주 : 삶의 회의
넷째 주 : 용민제대, 정아재회
다섯 주 : 야타, MUFFIN, 전설처럼
7월 23일 : 구속 2주년
1. 학원에서
그 쪼그만 아이들이 한껏 성숙한 흉내를 내어본다.
귀를 뚫어 귀걸이를 한 아이, 향수를 뿌린 아이, 짙은 화
장을 한 아이. 또 어떤 아이는 속살이 보일 듯한 나시티로
내 눈을 현혹시키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언니 옷일 것 같은
몸에 달라붙는 하얀 남방에 정장 비슷한 바지를 입고 와 얘
네들이 내 또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한다.
선생님, 여자친구 있어요, 가끔 아이들이 물어오면 난 그
런 건 왜 묻는데, 하며 짐짓 외면해 버린다. 가뜩이나 가슴
아픈데 더 비참하게 만드는 아이들. !_!
그런 아이들은 한 마디로 귀엽다.
집에 데려다 놓곤 하루종일 장난치며 놀고 싶다.
학원에서도 바다로 여행을 한다고 한다.
그 콩알만한 가슴을 보며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그
아이들이랑 밤새도록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술을 마실
수도, 고스톱을 할 수도 없으니, 내 학창시절 수학여행 따라
왔던 선생들이 가엾어진다.
아, 어디 쌈박한 여선생이라도 들어온다면 좋으련만...
2. 개털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수입이 몇 곱절로 늘어났기는
했지만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요즘 난 완전
히 개털로 살아가고 있다. 흑. !_!
어디에 무얼 하며 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한
달이 흐른 후에 보니 돈이 없을 뿐. 하긴 생각해 보면 주말
이면 잘 나가긴 했다. 생의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 열정적이
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개털이라고 해서 굳이 침묵해야만 하는 건 또 아니
다. 오늘처럼 한 아이가 술 사준다며 24시에 만나자고 하는
날도 있으니. 아, 그런데 난 집에 있다. !_!
며칠 전 병기가 점을 봐 주었는데, 내 손금에는 돈을 잘
벌긴 하는데 남는 건 하나도 없을 거란 운명이 그려져 있다
고 했었다. 정말 그런가 보다. 적게 벌든, 많이 벌든 남는
건 아.무.것.도.없.다.
그런데 처음 예상과는 달리, 아마도 난 이 학원강사란 아
르바이트를 꽤 오랫동안 할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것도 없
고, 편안하면서도 내게 큰 도움이 되고 있으니 지금으로선
아주 만족한다.
3. 학교
요즘 11시에 K2TV 드라마 학교,를 재방송하고 있어 지난날
을 회상하며 보곤 한다.
입에서 뿌연 입김이 솔솔 나오는 걸 봐서는, 투박한 외투
에 동복 교복을 걸친 아이들을 봐서는 꽤 오래 전 드라마 같
은데 내 느낌은 불과 얼마 전 이야기 같게만 느껴진다.
불과 얼마 전 난 아주 재미있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그 무렵에는 사랑도 꽤나 뜨거웠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얼마나 되었다고, 요즘 학교,를 보면 선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날 실감하곤 한다. 아, 저런 모습을 지녀
야겠구나, 저게 바람직한 선생의 모습이겠구나, 혼자 생각해
본다.
어쨌든 학교,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유일한 드라마였는
데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4. 家內食
오늘 밤,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식사를 하였다. 아무리 안
되어도 근 한 달만의 일인 듯 하다.
아침, 뒤늦게 일어나 출근하느라 식사를 못 하는 건 당연
하고, 점심, 저녁이야 밖에 있다 보니 역시 사 먹게 되고.
또 주말이라 해도 집에서 자는 적이 거의 없었으니 그럴 만
도 했다.
약속이 있어 수업을 조금 일찍 끝냈으나 문제가 생겨 집에
일찍 왔더니 부모님이 안 주무시고 계셨다.
밥이 참 맛있었다.
그런데 내 어머니는 정말 요리를 못 하시는 분인데.
아마도 시장이 정말 반찬인가 보다. --+
5. 유흥업소 종사자
내가 여자였더라도 유흥업소에서 일할 것도 같은데, 그렇
다고 해서 순결을 무시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건 아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순결을 개한테나 줘버려,란 식으로 말
하였을 지로 모르겠지만 요즘은 다소 생각이 달라졌다.
굳이 대 놓고 순결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순결한 건 순결
한 거고, 순결하지 않은 건 순결하지 않은 것, 그냥 그뿐이
다. 그 속에 우열은 없다.
난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해서 결혼하지 않을 건 아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건 이 맹목적이면서
도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믿는다.
조금은 내 자신에게 간사한 느낌도 드는데 사실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 환경이 바
뀌어 가면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려
하는 게다. 난.
6. 우울한 밤
오늘밤은 조금 우울하다.
특별한 까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괜히 쪽지를 보낸
건 아닌가, 하는 데서 오는 책망감 때문인 것도 같다.
이별에 편안하지 못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
느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돌이켜보
니 어쩐지 쓸쓸한 감이 들어온다.
가끔 친구들이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느냐고 물어올 때 난
적당한 답을 찾을 수 없다. 별다른 까닭도 없으면서 일을 저
지르고 난 후 후회하고 있는 개구쟁이 아이 같은 느낌을 받
는다.
아직 너무 어리고 미숙하다.
난 정말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사상을 지니고
싶다.
7. MUFFIN
MUFFIN을 잘 완성해 내고 싶다. 올해가 시작할 무렵 계획
했던 일 중에 하나가 바로 MUFFIN이다.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이제서야 대충대충 시작해 보고 있
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게다.
8.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어느 마을이 어느 상황에 의하여 완전히 고립되어 그 마을
젊은이들은 그 속에서만 사랑을 찾아야 하는 거야.
그리하여 한때 애인의 친구였던 사람이 새로운 애인이 되
고, 헤어지고 또 그 애인의 친구였던 사람이 새로운 애인이
되고... 반복의 반복.
난잡하겠지? 그렇지?
그렇지만 그것이 사랑을 찾는 긴 여정이라면 그 어떤 손가
락질도 난 두렵지 않을 거야. 사랑을 찾을 수만 있다면.
6. 그렇지 않아.
영화는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보여줄 화면은 없는 거야.
아무리 삼류극장, 보고 싶은 만큼 영화를 더 볼 수 있다고
해도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아. 극장을 나서며 조금 더 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거야.
아침, 늦잠으로 허둥대느라 우산도 준비 못했는데
저녁엔 비가 오기 시작했어.
창문밖으로 비오는 거리를 보며 생각했어.
며칠 전 고2짜리 한 여고생이 들어왔어.
그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독특해.
제 아무리 심리학에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녀의 표정 속에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얼굴이야.
유달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귀여우면서도 청순한 매력이 있거든.
그런데도 섹시해.
그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속에서
성욕을 못 느낀 남자는 고자일 거야.
그 아인 나와 집 가는 길이 다소 같아.
그 아이는 마지막 수업.
아마도 비가 오니, 그 아이와 우산을 같이 쓰고 갈 것 같았어.
그 생각을 하니 난감해졌어.
그 작은 삼단우산 안에서 누군가 흠뻑 비 맞을 게 아니라면
우린 한 몸이 되어야만 하는 거였어.
흘쩍 팔을 그 아이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 거야.
어이쿠, 비가 많이 오네, 혼잣말을 내뱉으며 살과 살을 맞대는 거지.
나이트에서 만난 18살, 여자라면 아무 가책 없는 일이야.
그렇지만 그 아이는 내 제자인걸.
제자한테 그럴 순 없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아.
예전 친구의 애인에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다소 움츠렸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보아.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야.
비가 오잖아. 비 맞지 않으려면 그럴 수도 있지 뭐.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야. 단지 비를 맞기 싫을 뿐.
남자들 사이에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거 아냐?
같은 거야. 스승과 제자 사이에 성욕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