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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ntrah ( Hit: 204 Vote: 1 )


정구공으로 평소 내 과대망상증 소재이던 특이한 SF볼 성
구질의 그립을 잡아 본다-야구공도 아닌 정구공-. 그런데
손가락이 짧은 나는 어떻게 해도 꿈에서 봤던 그 구질의 그
립을 잡을 수가 없다.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웠던 나머지 직
구의 제구력으로 승부하지 뭐, 라고 자위해 보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끝내 그 꿈에서 본 낙차 큰 구질의 볼을 잊지
못하고, 언젠가 스포츠 신문에서 본 김병현의 닌텐도 슬라
이더 변형 그립을 잡아 보다가 꿈을 깬다. (내 과대망상증
이란 가끔 열등감의 보상으로 내가 히치콕의 SF볼보다 낙차
큰 SF볼을 던진다는 공상이다)

그래, 이제는 남들이 보기에 4년 헛살았던 거 그래서 4년
쯤 뒤쳐졌던 거 인정하기로 하자. 어떤 태도가 고집될 때,
그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보상일 수도 있다. 나는 아직
내 인문학 취향이 자신감 결여에서 나오는 보상이라고 말
하고 싶지 않으며 실제로 사춘기 때부터의 관심사였다.

내가 계속 공대에서 생활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뒤쳐
진 4년 때문에, 남들보다 언제나 4년 늦게 무언가 이루어진
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탓이 컸다. 그렇게 지는 건 정말
마음 아팠고, 또, 젊은 날의 4년을 10년, 20년 후에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가 너무 막연했고, 무엇보다 1, 2년도 아니고
4년을 메울 자신감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2년쯤 놀고 난 뒤
엔 언제든 추월할 자신이 있었지만, 이번엔 아니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4년 늦은 거 인정하고, 길 바
꿔 가더라도 늦은 건 인정하고-친구가 박사 학위 수료하는 동
안 나는 인턴일 테니까-, 그냥 첫 라운드에서 진 것 뿐이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잘될지 문제긴 하지만.

억울한 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계속 내
가 가진 탤런트들은 억눌려 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점이다.
솔직히 요즘 공부 잘 집중 안되지만, 모의고사 한 두 번만 보
고 나면 금방 자신감이 생길 것 같긴 하다. 그렇더라도 다시
지금 학교에 오지 않으면 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4년이 더
욱 커질 거란 생각에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다른 데보다 학교에 갔을 때마다 불편해지는 기분의
정체였을 것이다.

그때는 이 생각을 하면서 한참 울었다. 지금도 울고 싶고 속
상하다.


본문 내용은 9,30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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