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영선 누나는 엄마-mother imago-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이따금 '우리 경원이'라거나 '어떡하니' 같은 말을 들으
면 우리가 흔히 '엄마같은' 정도로 표현하는 어떤 느낌으로 편
안하게 빠져들고 싶어진다.
여자들의 보호 본능이 이런 것인지 나는 (대학 입학 때보다
커버린 내 키 탓도 좀 있지만) 용현이에 대해서 어떤 보호 본
능을 자극 받는 것 같다. 잘난 우리 용현이 라거나 어떡하니
같은 말들도 매끄럽게 나온다.
이번에 내려왔을 때 많이 공격받고 실망하지 않았을까? 다소
기만적이더라도 자기가 자기 삶에 대해서 세워둔 전제가 커먼
센스에 의해 공격받을 땐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는 없는데. 이
런 걱정들도 하고. 용현이의 지금 모습은 꼭 나의 예전을 보는
것 같다-그 차이는 그는 건강하게 표현해서 성취해 갔고 나는
앉아 있었다는 데 있겠지만.
# 꿈을 꿨다. 요즘 계속 비슷한 꿈 자주 꾼 것 같다.
현실과는 달리 지현이는 나와 꽤 편한 관계다. 만나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간혹 예전처럼 편하게 그의 집에 가기도 한다. 오
늘 꿈은 지현이의 집이었다. 어색하긴 했지만, 그날 만났을 때
처럼 몸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성윤이를 봤다. 그의 적대적인 태도는 당시에 나를 약간 두렵게
했었지만, 지금은 모든 표현에는 사정이 있다는 원칙, 상대를 공
격하는 사람은 방어해야 할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통찰 때문에 수
줍어는 할지언정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나는 아마 성윤이를 만나
게 되면 잘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성윤이는 내가 지현이 때문에 한참 불편해하고 있는 그때에 나
왔다. 앞서 말했던 느낌은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요즘 계속된 나
의 행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꿈에서 나는 마치 용현이에게 그
러는 것처럼 얼굴을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양손으로 감
싸주고 걱정하는 말도 해준다. 처음엔 반항적이던 성윤이의 태도
는 좋아졌다. 다만, 내가 지현이 때문에 불편해서 이렇게 하고 있
다는 사실이 주는 불편함이 있었고, 약간 오버액션이라는 멋적은
기분이 있었다.
꿈은 내가 예전과 달리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 같기도 하고, 연속된 꿈을 보아선 언틋 지현이에 대한 평가
같기도 하고, 아니면 또 나 자신의 어떤 태도가 지현이로 나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지현이는 대머리 남자처럼 분명하지 않지
만, 대머리 남자의 대극 같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