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훨씬 지났다. 오늘은 11월 27일이고 어제 나는 22세가 되었다.
김광민의 피아노선율이 흐르는 방안에서 나는 22세의 첫하루를 맞이한다.
이렇게 지나가는가보다.
어느새 성큼 다가와버린 추위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고마운사람들을 생각한다.
언제나 나는 믿어왔다. 내가 존재하는 이세상은
홀로서야만 하는 치열한 곳이라고.
25일 워드시험 합격발표를 보았고.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보내어져야 한다는 '쉬리'와
정신을 맑게하는 15종류의 목향.
청색으로 발그레한 멋스러운 지갑.
언젠가 감동받았다던 낯선사람들의 노래.
피곤에 지친 방안가득 피어날 커피향.
현란하게 떨어지는 키보드의 작은 씨디.
선물보다 더 포근한 책.
도서관앞에서 추위에 빨개진 얼굴로 조용히 건네주던
미고빵집의 달콤한 쿠키들.
연주회에서 바르면 좋다는 새빨간 장미 립스틱.
임용시험을 앞둔 와중에도 틈내어 챙겨주는 한통의전화.
축하한다는 말.
따뜻함이 베어든 편지들.
노란색 ttl에서 들리는 축하한다는 인사.
나를 기억해준 사람들.
그들에게 부끄럽다. 나혼자서만이 이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다고 믿었던 내가. 이렇게 그들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4개의 초가 꽂혀진 치즈케?한조각에서
삶에대한 설익은 푸념과 무의미한 자조보다
아직은 이렇게 순수하게 기뻐하고 행복할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평화로운 어항속을 들여다보며 느긋함을 배우고
향긋한 목향향기에 남을 배려하고.
커피한모금에 여유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삶을 사랑하면서
그들이 내게 주었던 고마운 마음들을 고스란히 접어
다시 돌려줄때. 나는 또한번 내 존재를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