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일요일 오후, 대학로에서... (2005-03-27)

1.
참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아마도 대학 졸업하고 처음이려나.
내 20대 초반의 모든 추억이 잠들어 있는 대학로는
그 이름만으로도 내게 작은 전율을 주는, 그런 곳이다.

일요일 오후 5시.
약속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하여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2.
날씨도 아주 좋았고, 사람들도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산책 나온 가족들은 밝게 손잡고 웃으며 거리를 거닐고 있었고,
마임을 펼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이곳이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이제 막 스무 살 되었을 듯 싶은 젊은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미팅을 하며 한껏 웃고 있었고,
배드민턴 치는 사람, 오후의 단잠을 즐기는 사람, 연인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사람...

많은 이들이 참으로 평화롭고, 따스하게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그 모습들만큼은
우리 나라가 살만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3.
오후의 단상을 하고 있으려니
지난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한편으론 서글픈 감정까지도 들어왔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너무나도 많은 추억이 있는
바로 그 대학로가 아니던가.

그리움 속에
3월의 일요일, 그 오후의 따스함을 느끼며
쓸쓸히 돌아온 날이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11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1003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1003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