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에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이다.
사실은 최근 20이라는 나이에 너무 집착을 해왔던지
이제와서는 그 비정한 단어, 마지막이라는 게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역시, 익숙해짐이다.
오늘 새벽, 생일을 맞이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옛 지인들이
혹시라도 오늘이 내 생일임을 기억하고는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과거의 언젠가에도
나는 내 생일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크리스마스 한 달 전임을 함께 말해왔던 것 같다.
그것은 훗날 나와 거리가 멀어져 서로 연락이 닿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불연듯 오늘이 벌써 크리스마스 한 달 전이구나,
그렇지 그럼 오늘이 아처의 생일이겠네, 잘 살고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주길 바랬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겠다.
사랑스런 남편과 아이가 항상 곁에 있는 결혼한 유부녀이자
동시에 내 옛 연인이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오늘이 내 생일임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2.
요즘은 너무 드문드문 쓰기는 하지만
다이어리를 써왔다는 건 이래서 좋다.
이 홈페이지에는 지난 2001년부터의 내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남겨진 몇 자의 글이나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지나간 옛 생일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친다.
그렇지만 역시
언젠가는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이제는 타인일 뿐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
3.
끝으로 잊지 않고 생일을 기억해준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감격스러웠다는 인사말을 전한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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