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 이렇게 2006년의 독일월드컵은 끝나고 말았다.
아쉽고, 분통하고, 원망스럽지만
잊지 않고 있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한 자가 강하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이오, 역지사지다.
문득 2002년도의 포르투갈이든 이탈리아든 스페인이든.
나름의 분통함은 있었겠거니 생각해 본다.
2.
26살에 맞이했던 2002년에는
30살에 맞이해야 할 2006년의 월드컵은 어쩐지 두려움이었었다.
당시는 서른이면 많은 것이 끝날 것이라 믿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와 다름 없이
서른의 월드컵을 맞이하여 흘려보냈다.
한 여름 밤의 꿈만 같이 너무도 빠르게 스쳐간
서른의 축제를
나는 이렇게 종결짓는다.
3.
지난 예선 두 경기는 주변 사람들과 흥겹게 지냈지만
마지막 경기만큼은 집에서 보았는데
더 늦기 전에 거리 응원 한 번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엔 비 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이런저런 사정도 있어서
어차피 16강 가면 또 기회가 있겠거니 하고 밀어놨던 게
이제 와서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은 서른 넷이다.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월드컵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또 이미 젊음과 너무 거리가 멀어져 보이는 그 때에도 거리 응원에 합류할 수 있을 지
왠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아마도 지금처럼,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와 다름 없이
서른 네 살의 월드컵을 맞이하고 있을 것도 같지만...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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