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심 할머니 (2007-05-21)

1.
서울대는 지난 5월 초
여름철을 맞아 학생들의 식생활 위생을 위해 무허가 상행위를 근절시키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20년 넘게 김밥을 팔아오던 한 할머니 역시 쫓겨나게 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은 그 할머니의 노점상만은 예외가 됐고,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2.
학교측의 행위는 어떤 면으로 봐도 타당했다.
오래되어 정이 들었다고 예외를 만들면 결국 또 다른 예외를 불러오기 마련이고,
식중독과 같은 질병 예방은 학교의 의무이기도 할테니 말이다.

규정이나 법률이 감정에 흔들린 채 주관적으로 판단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오히려 그것이 없는 것보다 못해질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학연, 지연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칭송 받는 것 역시 타당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 할머니는 예외가 됐다.



3.
신문을 보며 나는 정말 크게 깨달았다.

규정은 지켜지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러나 그보다 앞서 규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4.
역시 어려운 일이다.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워낙 달라서
같은 걸 보더라도 느끼는 수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 않던가.

때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원칙을 무시하게 만드는 한국식 정이
때로는 효율이나 편리의 논리가 아닌 사람과 가치에 대한 신뢰로 둔감해 버리는 이 세상을
자신만의 주관으로 판단해 가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합리적인 사회가 곧 인간다운 사회는 결코 될 수 없겠지만
그 사이의 중도를 찾아내는 것이 삶의 한 의무이기도 하다면
그것을 잘 해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본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간 좀 경직되게 규정에 얽매어 있었던 것도 같은데
혈에서도 그러한 점을 좀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achor

본문 내용은 6,39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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