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2008-07-04)

작성자  
   achor ( Hit: 1194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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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그러고 보니 어느덧 이사 온 지도 거의 두 달.

문제는 아직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할 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예전 신림동에서는 그저 집앞에 버려두면 알아서 가져가곤 했는데
여기는 거리에서 쓰레기더미를 찾을 수가 없다.

아, 이 수많은 사람들은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고 있는 것일까...



2.
http://empire.achor.net/diary/571

그렇다, 나는 밥을 해먹고 싶어했었다.
또한 이미 곧 밥을 해먹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이사 온 지도 거의 두 달.

한 달 정도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밥을 해먹곤 했는데
역시...

두 달은 무리다.
항상 라면이다. -__-;

예전엔 단골식당에, 식대 영수증처리라도 있어서
밥은 먹되 식당밥이 지겨웠던 것이었다면
이젠 귀찮다. 밥 사먹으려면 그 추레한 모습으로 신촌 한복판을 나서야 한다.


keqi의 msn 대화명 때문에
라면을 먹을 때면 농심 신라면을 먹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어렵다, 신라면, 짜파게티, 오징어짬뽕, 너구리...
온통 농심판이다.

이젠 라면 먹는 것조차 난감하다.
어쩔 수 없다, 밥을 하자.



3.
그러고 보니 어느덧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것도 거의 두 달.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촛불집회다.

예전부터 그 끝이 나는 매우 궁금했었다.
이미 너무 커져버린 이 집회는 이제 내 눈에서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관심도 갖고 있었지만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말처럼 국제관례상, 또한 대한민국의 위상상
내심 재협상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 이 끝은 국가가 양보하는 것이 끝일 수밖에 없다.
공권력과 무력으로 아무리 진압하려고 발버둥쳐도
2008년은 그렇게 잡혀지는 세상이 아니다.

결국 국가는 국민의 것이기에
국민을 따르고,
또한 그 책임 역시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오늘 생각했다.

다만
국민은 무책임하다라고 말하지 못할 지 몰라도
적어도 책임있지는 않다.

너희, 내 그리 이명박이 아니라고 말했건만
한 귀로 흘린 채 압도적인 지지률로 이명박을 뽑아내지 않았던가.

물론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를 만회코자 이렇게 치열하게 투쟁한다면,
그것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미리 생각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감히 이 거룩하고, 너무나도 자랑스런 시민혁명에 딴지를 걸려는 건 아니나
국민의 뜻대로 지난 협상을 무효로 하고 재협상을 하게 됐을 때
혹, 만에 하나 네 세세한 생활의 고통이 더 커진다면
너무 우는 소리는 내지 말아다오.

그 때 가서 또 다시 변심하고, 진보를 탓하지 말아다오.
행동할 때는 먼저 각오를 해다오.

그대여 변치마오.



4.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상대 클라이언트의 어이 없는 요구로 인해 이것저것 고심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기획안이 너무 커져 버렸고,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더욱 바빠져 버렸다.
새벽 4시까지 PT 준비하는 게 일과가 돼 버렸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기획안은 우리 회사의 기획안이 되었고,
대표는 나를 불러놓고 이 기획안까지도 PM을 맡아 진행하라고 한다.
그러나 직급 대리, 무슨 힘이 있겠는가.

회사 사정상 크게 벌리지 말고 작게 하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많고,
미리부터 가능성보다는 리스크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무엇이든 회사를 위함이 아니겠는가. 이해심 넓은 나는 그 마음 이해한다.
문제는 덕분에
내가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점이 되겠다.

처음, 회사를 박차고 나가 혼자라도 해보고자 했던 그 열정,
적어도 너희는 그 내 열정을 완전히 잃게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너희, 무슨 꿈으로 회사를 다니는가.



5.
그러고 보니 어느덧 이사 온 지도 거의 두 달.

프로젝트 RFP를 넘기고 퇴근한다.
일정이 빠듯하여 급히 잡았음에도
프로젝트 종료 예정일은 10월 말.

이렇게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11월,
한 해는 이렇게 가는구나.

허무하구나. 삶.
32세, 장마가 끝난 후텁지근한 여름. 감기 걸려 콜록콜록.

- achor


본문 내용은 6,01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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