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20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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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371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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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노무현 서거

토요일이라고 조금 늦잠을 잤더니만
늦어버리고 말았다.
쿠킹클래스라고, 계열사인 동양매직의 요리 강습을 받는 날이다.
지난 밤 회식이 있어 차는 회사에 두고 온 터였다.
계획대로라면 일찍 일어나 회사로 가서 차를 가져왔어야 했지만
이미 늦어 그럴 시간이 없다.
후딱 샤워를 마친 후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로 나선다.

택시를 타자마자 택시기사는 다짜고짜 소식 들었냐고 물어온다.
무슨 소식요?

노무현이 죽었답니다.

무슨 소리야, 노무현이 죽다니?
다짜고짜 물어올 소식이니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 정도는 되어야 했겠지만
노무현이라니, 말도 안 된다.
0.0001%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이내 볼륨을 높힌 라디오에선
기자들의 다급한 목소리 속에 예상할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 전해진 거라고 생각했었다.


죄를 저질렀다면 죄값을 치루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비록 그를 열렬히 지지하여 왔지만
적은 액수의 작은 잘못이라도 잘못은 잘못인 것이고,
그럼에도 가족과 측근의 잘못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는 아닐 거라고,
그는 아니길 소망했었다.

그렇지만 설령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게 맞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정치는 그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그를 신뢰하고 있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노빠,란 통칭으로 맹목적인 신뢰를 경계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스스로 고민 한 번 안 해본 채
들려오는 이야기만 신봉하는 멍청한 보수언론의 하수인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다.

대통령의 권위를 이야기 하는 자,
언행의 경중을 이야기 하는 자,
처음에는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냥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는 이들이라고 치부해 버리곤
그들과 정치 이야기 하는 걸 아예 포기해 버렸었다.

맞다, 그런 이들은
권위나 위엄이 아니라 자유롭게 토론하고 토의할 수 있는 문화의 가치를 모르는,
그냥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는 이들인 것이다.


그의 정적이나 검찰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정치에 무관심한 채
보수언론의 목소리만 흉내낸 무지몽매한 내 주변인이자 국민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신께 감사한다.
그와 동시간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음에.

- achor


본문 내용은 5,69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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