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속도에 관하여... (2010-03-17)

작성자  
   achor ( Vote: 3 )
분류      개인

학창시절부터 밥을 천천히 먹는 편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밥을 빨리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종종 있기도 했었기에
밥을 빨리 먹고자 노력해야만 했던 경험도 종종 있었다.

나는 그간
이 속도의 문제를 그저
덧니 등에 의한 이빨의 부정합, 즉 물리적인 요인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었다.

요즘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는다.


대개 회사에서 먹게 되는 점심, 저녁 시
내 밥 먹는 속도는 그간의 본인기록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을 뿐더러
타인 대비 하여서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이빨을 교정한 것도 아니고,
씹는 방식을 바꾸거나 속도를 증가시킨 것도 아닌데
속도의 차이가 나게 된 것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배고픔의 차이였다.


나는 (아마도) 태생적으로 배고픔을 그닥 느끼지 않는 편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져서 며칠만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구조된 사람을 볼 때는
아무 것도 먹지 않을 채로 버티는 게임이 있다면
수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간 나는
배고픔을 그닥 느끼지 않았을 뿐더러
배고픔을 잘 참아내기도 했고,
배고픔을 금새 잊어버리기도 했고,
굶는 것에도 익숙했다는 게다.


내가 배고픔을 그닥 느끼지 않은 데에는
활동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간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숨쉬는 것에 추가적으로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게 고작이곤 하였으니
이도 당연한 면이 있다.


일단 요즘은 육체적으로 매일 2회, 여의도공원을 횡단하고 있다.
버스들이 여의도환승센터로 가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시 장구한 운동을 하는 게다.
게다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것도 많아진 탓에
정신적으로도 활동량이 급증하긴 했겠다.

물론 그렇다고 배고픔을 상시 느낀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식탁 앞에 앉으면 허기진 느낌은 받고 있다.

내 씹는 행위를 가만히 살펴보니
씹는 속도가 빨라진 것도 아니고, 씹는 방식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덜 씹은 채로 쉽게 넘기고 있었다.

즉 밥 먹는 속도는
공복감에 기인한 과정의 생략,이라 압축할 수 있는 것이었다.


두 가지를 결론 내린다.

1.
역시.
열심히 하는 이가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는 법이구나.
특정 상황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빨리 먹으려 해도 공복감에 즐겁게 먹어 치우는 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2.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내 노동량은 현격히 증가했구나. ㅠㅠ

- achor


본문 내용은 5,39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1313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1313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 : (2008-02-11 14:34:59)- : 일요일 아침 (2002-10-20 10:37:57)



     
Total Article: 1968, Total Page: 274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아처제국 v7.3
2
PHP 5.3 Bugs
3 4
어머님 생신
5 6
7 8
이직 후에...
9
삼성 SyncMaster LS2343..
10 11 12
신규입사자 교육
13
14 15 16
휴일
17
밥 먹는 속도에 관..
18 19
노회찬 대표와 점..
20
21
하이킥과 추노 [2]
관련글
22 23 24
6.2.지방선거
25
문화일기 176 추노
26 27
28 29
UrStory Widget
30 31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