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uez의 결혼 (2010-06-05)

1.
처음부터 원대한 야망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됐고,
하다 보니 적어도 삶의 주체자가 되어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는 있겠구나, 생각한 정도였다.

achor, vluez, suncc.
많은 미사여구를 달 수는 있지만 사실 achor WEbs.는
10 여 년 전 그렇게 세 사람이 모여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것이 진실이다.


vluez는 참 좋은 친구이자 동료였다.
화를 내거나 불평하는 법이 없었고, 터무니 없이 선량했다.
비록 이미 실패한 역사가 됐지만
achor WEbs.가 그래도 수 년을 버텨냈던 이유는 전적으로 vluez와 함께 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2.
vluez가 오늘, 결혼을 했다.

그의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 들어왔다.

그 시절엔 거의 함께 숙식할 정도로 많은 삶을 공유했으면서도
서로의 길이 나뉜 이후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었다.
그러기에 내 기억 속에서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마냥 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저씨이자 아버지가 될 그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3.
어쩌면 그 시절, 내가 권유하지 않았더라면
vluez는 지금쯤 훌륭한 교사가 돼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었겠지만
내가 그의 삶을 왜곡시켜 버린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은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또한 그에게도
그 시절이 좋은 추억이자 경험이 됐다는 걸 의심하지는 않는다.
때론 배고파 쓰러지기도 했던 힘든 나날도 있었지만
우리는 젊었고, 열정이 가득 차 있었으며, 그리고 꿈이 있었다.

achor WEbs.는
다시 산다 해도 다시금 도전하고 싶을 만큼의 소중한 삶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vluez 또한 그럴 것이라 믿는다.


내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vluez가 행복하게 잘 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라면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것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21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1354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1354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