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 (2014-09-10)

작성자  
   achor ( Hit: 637 Vote: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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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쓸만한 연휴도 없고, 연말까지 장구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어제 우연히 KBS2TV 연애의 발견,을 보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과장과 워킹그룹장이란,
나를 지칭하는 신분들이
내 성향과 생각과 철학과 신념보다 우선적인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그게 맞긴 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조직 운영 관점에서 너무도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기에
억울하단 생각을 갖는 것마저 죄스러울 지경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


만약 그 시절 연애시대,를 보지 않았다면,
취업도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골방에 움크리고 앉아 게임을 하거나 라면을 먹거나 하고 있다면,
어땠을까.

조금 배고프기도 하고, 조금 외롭기도 하겠지만,
지금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니.

박주영 리즈 시절, 내가 축구선수를 하고 있다 해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환경 속에서 무얼 하고 있다 해도
나는 기본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긴 하다.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
유전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너무 잘 살아왔던 게 문제다.

곰곰히 생각해 봐도, 다시 생각해 봐도 내 젊은 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열정적이었고, 신념 가득했다.


여름도 끝났고, 처서도 지났다.
내내 반복하고 있는 말이지만, 시간이 너무 가파르다.

연휴 끝자락에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에 가 잠시 홀로 있으며
문득 좋아하는 여름이 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곤 오랜만에 잠시 가을 좀 탔다고 해두자.

- achor


본문 내용은 3,75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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