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모집 (2001-10-30)

작성자  
   achor ( Hit: 765 Vote: 1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요즘 저는 영화를 모으고 있답니다.
아직 모아놓은 것이라곤 몇 편 없습니다만 앞으로도 꾸준히 vluez와 공동의 영화소장본을 쌓아나갈 예정이지요.

방금 시청을 끝낸 친구,를 비롯하여 며칠 전에는 해피엔드,도 보았습니다.
유명했던 영화들을 직접 보고 나니 다소 허무한 감정과 후련한 감정이 함께 밀려오네요.
특히 친구, 같은 영화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기에 한껏 기대했습니다만
별로 논평할 가치도 없는 그저 그런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해피엔드가 친구보다는 낫겠더군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만. --;

얼마 전에는 역시 많은 기대를 했던 김성수 감독의 무사, 또한 보았는데
회상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는 허무함을 주고 있기에
한간에서 들려오는 한국영화 거품론에 현실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오해하지 마십쇼. 그렇다고 허리우드의 파괴력 넘치는 영화나 유럽쪽의 딱딱한 영화에 이유 없이 열광하는
저급한 사대주의는 아니니까요.
단지 과연 친구나 무사, 해피엔드 정도의 영화가 한국인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사실 놀라운 정도는 정치권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이번 재보선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완전히 제압했다는 데에 저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또한 한겨레신문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이회창이 노무현을 꽤 큰 차이로 국민들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는 것 역시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역시 오해하지 마십쇼. 저는 서울 출생입니다만 본적은 경상도쪽인, 지역적으로는 신한국당편이어야할 사람이니까요.
당신 전라도 사람 아니야? 따위의 유치한 상상을 불허합니다.

어쨌든 말도 안 됩니다.
경제요? 아. 물론 요즘 문제이지요. 4년 피 같은 등록금 내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 하나 안 되는 게 현실이니 말입니다.
그래요. 지금까지 정권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이 잘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또 모르지요.
오히려 지난 실패를 계기로 잘 해낼지.

그렇지만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노예근성이 다분한 사람임에 틀림 없습니다.
박정희 시대를 회고하나요? 맞아요.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했지요. 누가 아니래요?
당신의 자유가 저장잡힌 상태에서 따뜻하게 밥 세 끼 잘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에잇 좋습니다. 제가 먹여 살려드리죠. 적어도 밥 세 끼만은 잘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대신 제 노예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지요.
저는 그 시절에 어떤 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 밥 세 끼만 잘 먹여주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도록 하지요.

그렇지만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저는 철학, 윤리쪽으로는 공리주의의 신봉자입니다.
다들 아실 것입니다. 도덕이나 사회, 윤리시간에 달달 외웠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저는 다수의 선택이라면 공멸 또한 정의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극단적인 공리주의에 서 있습니다.
그러기에 엄청난 사람들이 열광했던 영화도, 다수가 선택한 정당도.
개인적으로는 멍청하고, 충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국민이 바보가 아니기에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바보는 그 다수가 아니라 아직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저일 거라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말하지 않습니까.
박정희의 유신을 90% 이상의 지지율로 지지해 버린 무지한 다수의 국민이 틀림없이 이 땅 위에 존재했었습니다.
물론 이 같은 결과의 밑바탕에는 지금과 같이 자유 언론이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한정적인 미디어매체만을 접한 국민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졌다는 게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제 기준에 의한다면 이것 또한 정의입니다.
지금은 분명히 잘못됐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시절에는 평화적 통일지향과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 유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연히 피상적이지요. 그 시절에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기에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누군가의 주관이 강력히 개입된 전해지는 이야기 뿐이니까요.
신문, 뉴스를 믿는다고요?
웃기지마쇼. 그토록 멍청해서야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가장 객관적이어야할 보도까지도 권력자, 광고주, 이해관계 당사자의 입김이 개입되어
왜곡되고 뒤틀린 정보가 넘쳐나는 판국에
이미 수 십 년 지나버렸고, 또 승자가 결정되어 버린 그 이야기를 얼마나 믿겠단 말입니까.

자.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저 보잘 것 없는 친구가 대단한 영화라고 칩시다.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는 낫다고 칩시다.
저는 무지하고, 몽매해서 이 같은 세상의 진실에 눈 감았다고 칩시다.

좋습니다.
에잇. 저는 그냥 영화 안 보고, 노예근성 있는 토끼 같은 노예 몇 마리 잡아다가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언제라도 오십쇼! 노예! 환영합니다!
하루에 세 끼! 절대 보장합니다! 지금 출발하십쇼!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2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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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