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2001-12-27)

작성자  
   achor ( Hit: 1032 Vote: 1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결전에서 우리는 패하였다.
이미 학연과 지연으로 둘러쌓여 있는 그 성을 뚫기 어려웠고,
그리고 준비가 미약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파이어월로 막혀 있다면 미리 다른 대안을 생각해 놨어야 했는데,
역시나 보여줄 것이 없으니 이야기할 것이 없었던 게다.

지나간 포트폴리오를 보다보니 시간에 대한 감각이 흐려진다.
예전에는 공부도 하면서 한편으로 한 달에 최소한 한 개의 웹사이트는 만들어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실력으로 보더라도 예전보다 더 나아졌으면 나아졌을 것이니 줄지는 않았을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 탓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처음으로 써보는 매경 시티라이프 원고도 오차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오늘이 마감일인줄 알고 있었는데 어제란다.
이래저래 시간은 나와 맞질 않는다.
나는 그토록 시간을 신봉하는데도 말이다.

그 어떤 거창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결국 문제는 내 게으름, 나태함으로 귀결된다.
육체의 나태는 정신의 나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루즈하고 흐느적거리는 삶이 좋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퍼저 버린 건 역시 바라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타이트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쉬고 싶다.
일 같은 것도, 공부 같은 것도 그만 하고,
그저 졸리면 잠이나 자고, 가끔 소설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면서 그냥 시간을 축내고 싶다.
이미 많이 했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그런 원리이리라.
잠을 많이 자면 잘수록 더 자고 싶어지는 그 기분.

그럼에도 나는 궁극적으로는 잠을 많이 자고 싶으면 잠을 많이 잘 수 있는 삶이 좋다.
내 본능과 이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
개인적이고 고립되어 있다 하여도 나는 그런 삶이 좋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35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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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oob2001-12-27 10:36:08
현실과 이상의 모순들이 혹, 당신을 괴롭게 할까 보고만있어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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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