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에게 담배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 (2003-06-08)

작성자  
   achor ( Hit: 1892 Vote: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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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 1964년 2월 5일
캠퍼스의 잔디위에서 홍옥 같은 뺨을 가진 소녀를 만났다.

- 1965년 2월 5일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
그녀는 무언의 미소로써 내 뺨에 뽀뽀하다.
오오. 이 환희!

- 1966년 2월 5일
공항은 잿빛.
그녀의 물기 먹은 검은 눈동자가...
숙이.
사랑한다!
가지마!
가지마라! 숙아!!

- 1974년 2월 5일
나는 한 마리 길 잃은 사슴이 되어,
사슴이 되어...

- 1982년 2월 5일
잊자. 잊어버리자!




2.
1964년 캠퍼스를 거닐었던 그는 2003년 현재 어느덧 예슨 살 할아버지.
종묘공원에서 시간을 소요하는 그들 또한 젊음과 사랑이 있었으리라.



3.
요즘 길을 걷고 있을 때 전형적인 노는 고등학생처럼 생긴 고등학생이 달라 붙어
"오빠, 담배 한 대만 줘." 라는 부탁을 할 때가 왕왕 있다.
물론 고등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는 내가 그녀들에게 담배를 줄 일은 만무하다.

그러나 선웅은 말한다.



4.
아처: 요즘 안 그래도 길 갈 때 고삐리들이 붙어서 '오빠, 담배 한 대만' 자꾸 그런다. --;
난봉: 그게 만사형통의 시초다 담배 줘라
아처: 그렇구먼! 그래야겠군!
난봉: 암
아처: 오.
난봉: 다들 외로운 아해들인대
아처: 그렇지!
난봉: 누가 거두겠냐 노무현이 거두냐? 고이즈미가 거두냐?
아처: 우리의 할 일이다. !_! 역시. 선웅. 대단하다!
난봉: 다 우리의 업보지
아처: 명쾌하구나!
난봉: 우린 어쩔수 없이 그 중생들을 거둘수 밖에
아처: 네 말을 들으니 정말 고삐리는 내가 계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우리의 업보다! !_!



5.
그래도 생생히 기억되는 80년대를 중년층으로 살아오신 인생의 선배들이
지금은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괜한 삶의 회한이 느껴져 온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던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이야기는
정말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지금의 젊음과 사랑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어떤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노년기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6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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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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