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마지막 시험 (2003-06-19)

작성자  
   achor ( Hit: 1347 Vote: 1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아마도 대학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리라.
아침 9시.
나는 수선관 8층에서 스피치커뮤니케이션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뤄냈다.



2.
시험 전날 과음했다는 사실이 때론 이득이 될 때가 있다.

그 양을 적절히 조절해 낼 수만 있다면
집에 돌아와 불을 켠채로 그대로 뻗어 잠들게 되고,
그런 다음 날이면 꼭 아침 일찍 깨어나게 된다.

나는 전날 과음했기에 평소 같으면 결코 쉽지 않을 이른 기상을 완수해 낸다.
덕분에 지각하지 않고 시험도 볼 수 있었고. --;



3.
그러나 역시 시험 전날 과음은 문제 또한 있어서
시험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게 하는 치명성이 있다. --;

아. 하긴 술 핑계 하기도 면목 없긴 하다.
나는 대학 마지막 시험 역시 참여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었을 뿐이었다.
물론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는 별 차이 없으리라.



4.
사실 시험이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 관심 중 하나는 깐깐한 교수들과 졸업을 위한 한판 승부를 승리로 장식해 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함께 보드게임방에 가기로 한, 같이 수업을 듣는 여학생과의 첫 대면이었다.

교수와의 승부는 대체로 승리했으나
죽어도 F를 주겠다는 교수 한 분은 나와의 만남을 피했기에 그저그런 결말이 났다.

자. 다음은 함께 수업을 듣는 그녀의 이야기.



5.
강의실에 가방을 던저두고 복도에서 자판기 캔을 하나 마시고 있을 무렵
뒤에서 '오빠' 하는 소리가 났다.

물론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복도에 존재하고 있던 남자는 나뿐.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였던 게다. ^^;

엇. 예쁘다!
학교에서 나를 오빠라 불러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뻤는데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아. 눈치 없는 교수님. 그 때 나타나신다. --;

시험을 치루고 강의실을 나오니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답을 맞춰보고 있다.

헉.
그녀의 친구 또한 이번 수업에서 가장 섹시해 보였던 그 아이다.
여전히 엄청난 행운에 전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계획했던 보드게임방으로 직행해야 했으나
시험이 안 끝났던 그녀도 문제이긴 했고,
또 나 역시 각 교수님과의 면담과 오후에는 강서, 강남에서의 연이은 약속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아. 아쉽다. !_!



6.
이 엄청난 행운은 그러나 허무한 면이 있다.

나는 그녀들과 후에 보드게임방에 가서 친해질 것이고,
그리곤 더욱 가까워져서 결국은 그토록 꿈꿔왔던 CC를 이뤄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는 졸업.
지난 9학기 동안은 아무 일 없더니만 하필이면 졸업하는 이 때 이런 행운이 찾아온단 말이던가. --;

CC를 위하여 학교를 한 학기 정도 더 다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좀 타격이 크다.
한 학기 더 다녔으면 충분하다. --;

아. 아쉽다. !_!
떠나가는 학교도, 마지막 시험도, F 주겠다는 교수도, 내 대학시절의 꿈 CC도,
그리고 예쁘고 섹시한 그녀들도. 훌쩍. !_!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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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hers2003-06-23 16:12:20
나를 위한 너의 희생이라고 생각해두마. 아직 한학기 남으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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