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2003-08-06)

Writer  
   achor ( Hit: 2287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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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1.
이렇게 내 홈페이지를 바라본 것은 한 4주는 된 것 같다.
침대에 기대 커피를 마시며 TV를 보는 것도 4주쯤 된 것 같고,
책을 좀 읽은 건 4년쯤 됐을려나. --;
어쨌든 오늘은 좀 여유로운 하루였다.



2.
이사한 이후부터는 많은 것들이 꽉 막혀 있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차례를 기다리며 밀려 있는, 그런 느낌.

내 게으름도 문제였지만 연이었던 이벤트 역시
나를 옭아매었다.
여름 여행이며, 예비군 훈련이며...

이사한 그 날 풀어놓지 않았던,
좀 쉰 후 풀어놓고자 했던 짐들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상자 속에서 잠들어 있고,
여름 여행 사진들도 고스란히 메모리 속에 남겨져 있다.
그 외 사소한 것들,
도메인 갱신이며, 의뢰받은 사이트들의 처리, 사람들과의 관계 등의 문제들도
이사한 이후부터는 그대로 잠정 유보되어 있는 상태다.

벌써 8월인데, 이번 여름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 건지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3.
그새 에어컨이 생겼으며, 세탁기도 드럼형 세탁기로 바뀌었다.
둘 다 하우젠으로. 좀 비싼 거랜다. --;

여전히 외출은 하지 않는 데다가
에어컨 때문에 창문까지도 꽉 닫고 있는 지라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창밖이 번쩍거리고 나서야 번개치는 걸 보니 비가 많이 오나 보네, 생각할 뿐이다.

새 TV가 들어온 건 이사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서지만
케이블을 신청한 건 어제다.
즉 어제까지는 뉴스 또한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사한 이후부터 세상과 정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배지.
나는 이곳, 유배지에 갇힌 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내 숙명에 순응해야 하는 업보를 치루어야만 했다.



4.
이론적으로는 여유롭지 않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실제로는 결코 여유롭지 못하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여유를 바라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내 할아버지는 교장 선생님이셨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할아버지가 교장의 자리에서 퇴임하던 그 날만을 제외한다면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단 하루도 학교에 결석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 누구보다 성실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성실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가슴이 퍽 하고 차오른다.
6년, 3년, 3년.
총 12년을 하루도 빠짐 없이 똑같은 삶을 반복해 왔다는 게
스스로 믿겨지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삶을 버텨냈던가.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대개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을 벗어나
독창적이면서도 폼나는 나만의 삶을 살아갈 자신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건 너희가 아무리 내 파행적인 삶을 예찬해 준다 하여도 분명한 사실이다.

삶에 대한 열망을 가장 흔들어 놓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일상의 반복은 결국 종말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유한적인 삶에
마지막 희망까지도 흐트려 트린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여유로워야 하며,
또 어느 정도까지 내 희망대로 살아야 하는지
가늠하기에 요즘 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자신감을 잃어갈수록 헛된 꿈과 망상만 커가는 것 같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70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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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kima2003-08-12 14:13:12
파행적인 니삷에 대한 너희의 동경이 시들어버릴즈음이 니삶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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