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H2가 나온 처음에는 나 역시도 오만에서 몸빵도 하고, 사냥도 하고 그랬었어.
어쨌든 당시 오만은 모든 유저의 꿈과 희망이 서려 있던 곳이었으니까 말야. --;
그렇지만 그 시절 가본 곳이 고작해야 10층 이하였던 데다가
그 회수마저도 1-2차례 밖에 되지 않았으니 기실 오만을 잘 알지는 못했다고 보는 게 맞아.
이후 1-2차례 더 가보기도 했고, 또 둠경갑원형을 구하기 위해 모와 1:1로도 가보긴 했지만
그것 역시 결국 저층이었기에 오만을 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
곧 내가 그간 오만을 알고 있던 건 테섭에서 75렙에 갔던 그것밖에 없던 거야.
2.
오늘은 근 한 달만에 1렙을 한 날이야.
지난 8월 20일에 67렙이었으니 정말 거의 한 달이 걸린 셈이지.
뭐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렙업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바이니까 나쁘지는 않다고 보고 있는데
어쨌든 오랜만에 렙업을 하니 기분이 좋았던 거야.
게다가 짝수 렙이라서 스킬까지도 배울 수 있었거든. ^^
이번 1렙은 전장에 적응해 가느라 엄청 누으며 정말 힘들게 올린 1렙이라고. ㅠ.ㅠ
포커스 주문서까지 제공하며 1렙 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모는 자러 갔고,
나는 기분도 좋은 데다가 더 강력해진 스킬을 시험해 보고도 싶었기에
그간 꾸준히 내게 오만 파티를 하자던 옛 친구의 부탁을 덜컥 승락해 버렸던 거야.
그래서 본섭에 CH2가 적용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된 오만을 경험했던 것이지. ^^;
3.
옛 친구는 과거 CH1 시절 용던 파티를 하며 알게 된 친구인데
이미 본캐는 75에 100%, 만렙을 찍고, 새로 키운 부캐마저도 고렙이 된 그런 친구야.
처음에는 매일 같이 오만 파티 하자고 나를 꼬시더니만
매번 거절했더니 이제는 좀 뜸하긴 한데 말야,
오늘 마침 솔로잉이나 하려던 찰나 귓말이 오더라고.
그가 불러들인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파티인 만큼
파티엔 나 정도는 상대가 안 되는 고렙들로 넘쳐나고 있었어.
구성은 어비스4과 블댄, 소싱, 그리고 프로핏, 엘더, 실리엔엘더 삼인방.
우리 파티는 이른바 버스가 됐는데
파티 구성은 쉬었지만 버스를 탄 사람들, 따라 오다 누우면 부활도 해주고, 기다려 주기도 하고 뭐 그러다 보니
역시 오만을 오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어.
어쨌든 그렇게 오른 곳이 12층.
봉인천사와 봉인대천사, 아몬패거리와
또 뜨기만 하면 갈락시아까지 별다른 위험 없이 족족 잡아내는 좋은 파티였는데
사실은 이벤트몹인 갈락시아가 그렇게 간단할 거라고는 상상치 못했어.
나 역시도 갈락시아 몸빵을 하기도 했고 말야.(물론 얼터는 썼어. --;)
오만에서 사냥을 하며
예전 CH1의 용던과 무엇이 다른 지 차이를 느낄 수가 없겠더라.
그저 경치가 많아졌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어.
피가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순시간에 눕는 몹이나
붉으스름한 몹임에도 버프만 받으면 나 역시도 회피탱을 할 수 있는 버프의 위력,
랜덤하게 바뀌었다 해도 조금 이동거리만 늘었을 뿐, 별 다른 차이 없는 젠사냥 방식.
여전하더라고. 오만 또한.
4.
그러나 나를 놀라게 했던 건
다름 아닌 경치였어.
새벽 3시 정도에 시작하여 빼도박도 못하고 정기점검 시간인 8시까지 버텨야 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무려 15%나 경치를 올릴 수 있었던 거야.
실제 12층에 올라 사냥을 시작한 시간은 4시 경이었고, 7시 30분 경에 귀환을 했으니
3시간 30분 동안 15%를 올릴 수 있었던 거지.
시간당 약 4% 이상.
내가 요즘 사냥하고 있는 전장이 시간당 1.5% 가량 올릴 수 있었던 것에 비한다면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던 거야.
나는 한 달이나 걸려서 1렙을 했는데
이렇게 사냥하면 일주일이면 넉넉잡고 1렙을 할 수 있을테니 그 격차가 실감나더라.
다만 지루하고 답답한 건 여전하고,
엄청난 정탄 소비는 어쩔 수 없고.
버프 받으니 900에 육박하는 공속탓에 그 시간동안 만 발 넘게 정탄을 소비했는데
들어온 아덴은 30만 가량. --;
그나마 득템한 둠쉴드 2개가 적자는 면하게 했다만.
전장에서 하루 100만 아덴씩 꼬박꼬박 버는 것에 비한다면
역시 아덴면에서는 엄청난 손해긴 했어.
물론 이런저런 잡템 또한 전장에 비할 바가 전혀 못 되었고.
5.
오만,
경험치면에서는 엄청난 이득이긴 했지만
그러나 결론은 다시 가라면 역시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이미 갖고 싶은 장비도 다 갖고 있고, 하고 싶은 문신도 다 해버린 내게 있어서
아덴 수익이 많고 적고는 별다른 문제가 아닌데
역시 문제는 사람들이야.
이번 파티가 아는 사람들 위주로 구성된 파티임에도
내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들이 종종 있었는데
나는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던 거였어.
알다시피 리2의 사회에서는 정의를 수호하는 것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게 더 가치있는 일이니까 말이야.
이를테면 나는 게임 중에 밥 먹으러 가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물론 배고프면 밥 먹으러 갈 수도 있겠지.
그런데 꼭 파티를 계속하면서 그저 캐릭 세워두기만 한 채
30분 여 그냥 경치와 아덴만을 취득하는 그런 인간들.
이해가 안 가.
밥을 먹는 건 좋은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면
접속을 종료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파티를 하면 될 텐데 말야.
뿐만 아니라 이번 파티는 전혀 위험한 상황이 없는 안정적인 파티였는데 말야
한 어비스가 한 차례 눕기도 했어.
화력도 좋았던 데다가 뱀파릭레이지의 효과 덕택에
힐이나 드라, 슬립 등이 거의 필요 없어 힐러들은 외치기로 잡담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등 생쇼를 하다가
어쩌다 타겟된 몸빵 아닌 어비스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힐을 주지 않더라고.
좀 지루했을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는 조금이라도 엠 아끼면서 데미지 더 줄려고 비셔스 끄고 켜기를 반복하며 연신 컨트롤 하고 있는데
누구는 잡담이나 하며 대충 시간을 버텨도
똑같이 경치와 아덴을 취득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
또 여성들이 반 가량 됐던 파티 특성상
남성들의 끈적끈적한 작업 멘트도 같은 남자로서 듣고 있기 너무 거북했고. --;
물론 다들 서로 친해 그럴 수도 있긴 했겠다만.
6.
게임은 역시 자기 자신이 즐기기 위한 한 도구라는 대의를
다시금 생각하며 오만을 내려왔었더랬지.
오만, 네가 아무리 좋다 한들
게임하는 동안 내게 심적으로 불편함을 줄 것이라면
멀리 사라져 가거라!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