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씨...오늘 당신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밀린 일을 하다가, 잠깐 쉴 겸 접속한 사이트에서 당신의 사망 기사를 접했습니다.
지독한 뉴스였어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당신은 이제, 영원한 스물여섯이 되었군요.
저 하늘에선 행복하세요. 당신은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배우였습니다.
4년 전 '송어'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부터 당신에게 반했던 거 같네요.
순간순간, 연기에 모든 것을 던지던 당신의 열정이 오롯이 전해졌더랬습니다.
첫 영화 출연작임에도 '배우 이은주'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뚜렷했습니다.
분명 만인의 사랑을 받을 배우로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평생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지요.
태희였고, 수정이었고, 영신이었고, 지은이었고, 가희였습니다.
하지만 그 여인들 너머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야 밖 베일에 가려져 있던 당신은
한없이 여리고 슬픈 사람이었네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롭고 지치고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었네요.
총명하고, 당당하고,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했던 당신의 생전 모습이...
이제는 알알이 가슴을 저밉니다.
그토록 어여뻤던 당신, 이제 당신과 함께 나이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서, 새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네요.
은주 씨.
하늘나라에 가시니 알겠지요?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당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가족과 친구뿐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육신에서 해방된 당신에게, 작은 위로나마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은주 씨,
후생에 태어나면, 그때에도 배우가 되어 주세요.
그때에도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세요.
우리가 당신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