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덧 CH3가 나온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다들 어떻게 느끼고 있는 지 모르겠네.
황혼과 여명의 싸움도 색다르긴 하지만
A급 장비들의 등장도 CH3의 커다란 특징이긴 할텐데
다들 몇 가지씩은 마련했으려나?
나는 CH3 초기에 열심히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
A급 액세서리를 마련해 본 이후
지금은 다 팔아치우고 그저 만퀘로 얻은 블러디오키드 하나 갖고 있는 상태야.
물론 정탄 문제도 있거니와 공격력 자체도 내가 원래 쓰고 있는 5악단보다 낮고,
또 옵션도 달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창고에 쳐박힌 상태이지만 말이야.
2.
얼마 전 플포 기사에도 나온 바 있지만
나 역시도 지금까지 퀘스트 위주로 CH3를 보내온 느낌은
암담함이야.
그러니까 말이지
이번에 나온 A급 퀘스트들은
보통의 인간이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을 뛰어 넘어 있어.
극도의 인내력과 극도의 참을성을 요구하는 난공불락의 난이도라고나 할까.
사실 굳이 A급을 들고자 한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해.
당연하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긴 할텐데
이미 만렙인 상태에다가 어느 정도의 자본력도 갖추고 있는 나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
그렇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A급의 메리트는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3.
A급 무기는 동전퀘스트를 통해 레시피를 얻고,
빙고 게임을 통해 검신을 모아야 하는데
동전앨범 구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르던 CH3 초기에 물론 나는 쉽게 동전앨범을 구해놨지.
다만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은 이것이 이동이나 드롭, 거래가 되지 않는 독특한 아이템이라는 사실이었어. --;
즉 나는 이 동전앨범을 부캐로 마련해 뒀는데
그걸 본캐로 옮길 수 없다는 게 문제야. --;
다시 구하려 하니 이제는 경쟁이 엄청 치열해져서 구하는 게 결코 쉽지 않게 됐고.
왜, 무엇 때문에 어려운 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시스템적인 랜덤과 유저들과의 무한 경쟁이 결합됐을 때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말야.
24시간 죽치고 이것만 구하려는 다른 유저와의 경쟁은
애초에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게 내 결론이야.
시스템적인 랜덤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유저와의 경쟁은 전적으로 시간낭비일테니.
검신 모으는 것 역시 엄청난 사냥량과 빙고에서의 행운을 요구하지만
이것은 유저와의 거래로도 가능한 면이 있긴 하니
자본력이 있다면 할 수는 있겠지.
이런 엄청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알다시피 무기는 집혼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옵션을 달 수 없다는 커다란 맹점이 있는 데다가
정탄 문제도 커서 현실적으로 일반 사냥에 쓴다는 건 아직까지 무리라고 봐.
또 나 같은 단검에게는 마이트모탈의 옵션은 절대적이라서
PvP 등의 일시적인 유희에서조차 A급 무기는 불필요한 셈이고.
뿐만 아니라 단검은 무기 공격력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스킬 위주로 PvP를 펼치기에 A급 무기의 무용성은 가장 큰 입장이기도 하지.
4.
방어구도 마찬가지.
내가 필요로 하는 경갑은 거동에서,
나머지는 오만에서 레시피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 해보긴 했다만
결코 소수의 몇 명으로는 하기 힘든 면이 있어.
특히 물리내성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은
그저 정탄 낭비인 셈이야.
서브나 부캐들 렙업을 겸해서 간다고 해도
그 열악한 드롭과 초라한 경험치는 둘째치더라도
다굴몹들이 산적해 있는 곳이기에 위험도 너무 크고.
뿐만 아니야.
역시 극악의 확률.
버프 한 타임에 하나의 퀘스트 아이템을 얻기가 힘든데
그걸 세트로 모아서 가봤자 랜덤하게 레시피를 주는 셈이라서
필요한 레시피를 구한다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어.
방어구는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데다가 옵션 부여도 가능하기에
다소간의 유용성은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경갑의 입장에서는 가장 메리트가 적다고 보고 있고.
중갑이야 방어력이 가장 큰 선택의 이유이니 A급의 의미가 좀 있을 것이고,
로브 또한 급이 오를 수록 추가되는 엠이 많아져서 선택의 큰 기준이 될텐데
경갑은 방어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피 또한 커다란 방어의 수단이기에
그나마 낫다고 봐.
사냥 이외에 결투장 PvP를 생각해 본다고 해도
내가 보는 어비스 최고의 PvP용 갑옷은 다름 아닌 둠중갑이야.
Con의 증가는 스턴 확률의 감소를 주고 있고,
게다가 A급의 어느 장비도 갖고 있지 않은 만피의 증가 옵션은
피 적은 어비스에게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어.
추가적으로 방패를 들 경우 최근 아주 효율이 좋아진 방패방어확률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고.
Dex 높은 어비스이기에 방어방패 또한 괜찮게 되는 편이야.
5.
액세서리는 그나마 A급의 효용성이 가장 크다고 봐.
얻기도 쉬운 편일 뿐더러 옵션 같은 게 원래 없는 데다가
오직 판단 기준은 마법방어력 수치이기에 좋은 게 좋은 분야겠지.
이건 실렌의 뱀이나 무지하게 잡으면 마련할 수 있는데
내 만렙 어비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 시간에 정탄 약 2천 발을 소모하면 어쨌든 한 장의 레시피는 얻을 수 있겠더라.
6.
이렇듯 A급 장비를 구하는 것은 대개 너무 힘든 측면이 있어.
물론 A이하의 장비를 갖고 사냥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데다가
다소간의 위험성을 갖고 있지만 인챈트라는 대안적 수단까지 마련되어 있기에
A급 장비의 희소성 추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 판단으로는
NC는 그 희소성을 위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봐.
현재의 난이도는 의욕을 꺾어버릴 수준으로 절대적이거든.
어쨌든 어려운 만큼 성공했을 때의 희열은 더 클 것이 분명하긴 하지만
효용성을 제외한 채 단순히 순간적인 희열과 환희를 위해서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는 것은
무한적으로 리2에 시간 투자가 가능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