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규컨텐츠인 산호의 방은 매우 갑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쌓이지 않는 오염된 수정 때문에 매번 그 지긋지긋한 저택에서의 퀴즈를 되풀이 해야 하고,
한 탐당 고작해야 2개정도밖에 모을 수 없는 수룡의 비늘도 팀원 모두 마련해야 하고,
수정골렘에게 먹이기 위한 수정조각 또한 수 십 개를 모아야 하는 등
한 번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은 탓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절망적인 것은
팀원 중 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몇 시간, 심지어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위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실제로 팀원 중 한 명의 실수로
이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게 됐을 때
엄청난 허무감과 절망감, 심지어 실수한 팀원에 대한 원망마저도 생겼던 게 사실입니다.
너만 좀 더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해줬다면 됐을텐데... 하는.
2.
정규시즌이 끝난 KTF 프로선수단은
각 프로선수가 모두 모여 팀웍을 위한 훈련을 한다더군요.
그 과정에는 몇 가지의 강연도 포함돼 있습니다만
하이라이트는 팀을 이뤄 도미노를 쌓는 것이라고 하네요.
도미노를 쌓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것, 심히 노가다스러운 행위입니다.
실제로 도미노를 쌓아본 사람치고
지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이지요.
특히나 도미노는 한 사람의 실수로 한 부분이 쓰러져 버리면
다른 팀원이 쌓은 부분까지도 우르르르 쓰러져 버리게 됩니다.
그럴 경우 실수한 팀원은 안 맞아죽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도미노 쌓기에선 그런 실수들이 누구라도 상관 없이 자주 일어나게 되지요.
3.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해 산호의 방에 도전하고 있었는 지 그걸 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섭 최초의 증기방 클리어', '섭 최초의 발러 공략' 등의 타이틀에 얽매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됐습니다.
쓰러진 도미노는 다시 쌓으면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어차피 다 쌓고 나면 쓰러트릴 도미노는
그걸 빨리 쌓는 게 목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바로 쌓는 과정 속에서 팀원들과 함께 고생하며,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했던 것입니다.
빨리,가 아닌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 냈을 때
멋지게 쓰러져 가는 도미노를 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그것,
그것이 도미노를 쌓는 목적인 것입니다.
내가 제일 빨리 발러를 공략했다며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수차례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고, 포용하며 결국은 그 목표를 달성해 내는 것이야 말로
이 가상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이리라 믿습니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그렇게 언젠가는 발러를 공략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가 아니라 포용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