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류대원 씨(32.가명)는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처음 접했다. 류 씨는 친한 선배와 PC방 아르바이트 고등학생과 함께 8개월간 3~4시간만 자며 일도 안 나가고 게임에 몰입했다. 모아뒀던 1200만원은 금세 바닥이 났다. 급기야 PC방을 전전하며 2~3일씩 게임을 한 뒤 돈도 안내고 도망치는 처지까지 몰렸다.
같이 게임에 빠진 고등학생은 학교를 그만뒀고, 선배 역시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게임 속 아이템을 팔아 생활을 이어갔다. "1년 6개월간의 폐인생활을 돌아보면 후회가 막심하기만 합니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죠."
힘겹게 중독에서 벗어난 류 씨의 늦은 후회다.
▲ 하루에 28명의 청소년이 전과자로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3년 한해 동안 10대 청소년들의 사이버범죄가 1만여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온라인게임 관련 아이템 사기나 해킹으로 발생한 범죄가 70%에 달한다는 점이다. 하루 평균 28명이 사이버 범죄를 저질러 전과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치관이 무르익지 않은 청소년들은 캐릭터 등을 팔아 쉽게 수익을 올리는 등 현금의 유혹이 큰 온라인게임에 쉽게 빠진다. 심각할 경우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주고받는 과정을 악용해 사기를 치거나 타인의 계정을 해킹해 아이템을 갈취하는 등 '멋 모르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게임 자체도 손을 쉽게 떼기 힘들다.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가 성장하고 남들과 경쟁하고 강해져서 '지존'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이제는 함께 노력해야 할 때
온라인게임 중독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이 커지고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중독자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독자들은 게임 속의 가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게임 속 아이템이나 재화의 희소율을 낮추거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개발사의 전향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신작 온라인게임 <리니지Ⅱ>의 28번째 서버를 열면서 주당 이용시간을 30시간으로 제한했다. 일상생활과 게임플레이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기획이다. 외국의 온라인게임들은 '피로도' 같은 개념을 도입해 이용자의 장시간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부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경기 장기화로 현실 도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게임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제력이 부족한 중독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강구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