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는 슬픈 드라마다. 막장과 파국, 복수극으로 회자되지만, 이 드라마의 주제는 상실이다. 남편에 대한 김희애의 복수는 과거 ‘청춘의 덫’이나 ‘아내의 유혹’처럼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아니라 싸움에 이기건 지건 관계없이 자신을 잃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녀가 맨 처음 잃은 것은 남편이다. 자녀가 있는 부부가 상대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이혼을 감행한다. 바람이 이혼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많다. 아이들의 정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