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이틀 앞둔 오늘 저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쌓이게 되었습니다.
이미 출판계에서는 성공을 거뒀고 심지어 영화계까지 진출을 한다는 귀여니 님의 그 놈은 멋있었다,를 다시금 생각해 봤기 때문이지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 까짓 것들 뭐든 어때, 라고 가볍게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은요.
하지만 오늘따라 쉽게 잊혀지지 않고 머리가 아주 혼란스럽기만 하네요.
당연하게도 그것은 제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애정을 가지고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헌신,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저 스스로 잘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귀여니 님의 소설은 정말이지 소설,이란 말을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최악입니다. 어느 미친 신문기사에 의하여 지금은 그저 그런 통속작가가 되어버린, 그러나 한때는 제가 아주 좋아하기도 했던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비견되기도 한다니 황당, 경악을 넘어 허탈한 감정까지 밀려오더군요.
귀여니 님의 소설이 소설으로서 쓰레기임에는 재고의 여지가 없습니다. 형식면에서 보아도 그렇고, 내용면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가의 기본적인 역량에 해당될 미묘한 감정 묘사를 이모티콘으로 대신해 버리는 것이 형식에서의 그 한 이유라면 별다른 사색이나 퇴고의 과정 없이 손 가는 대로 신데렐라컴플렉스, 외모지상주의, 남성숭배사상만을 가득 채워놓은 것이 내용에서의 그 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귀여니 님에 대한 좋은 비판은 상당히 많으니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그 의견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이 그런 소설에 열광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내가 무지몽매한 대중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착각하고 있는 미치광이 선각자들을 무시하고 다수의 (무지몽매한) 대중의 힘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공리주의자. 아직까지는 국민 전체의 투표를 통해 귀여니 님의 소설이 가치 있는가 따져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미 많은 이들이 귀여니 님의 소설에 열광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찜찜하기만 합니다.
제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실은 이모티콘만으로도 작가가 이야기 하는 감정과 동화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랬군요. ㅜ.ㅜ" 라는 말을 보며,
흐느끼듯이 "그랬군요."라고 말한다,를 유추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또한 신데렐라컴플렉스든, 외모지상주의든, 남성숭배사상이든.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중독되어 갈 것은 우려스럽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수없이 많지 않습니까. 대중적인 인기를 끈 이야기는 대개 그래왔던 게 사실이고요.
언젠가 유치하고, 천박하며, 허접하다고 이야기 했던 '엽기적인 그녀'는 세계 속의 영화가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제가 문제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인식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간 받아온 교육에 의하여 귀여니 님의 소설을 가치 없다고 판단하도록 스스로 강압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도 해봅니다. 저도 사실은 아주 재미있어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이런 소설을 재미 있게 읽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워서 아예 극단적인 부정을 택한 건 아닌가 하고요. 만약 그렇다면 역시 교육은 아주 무서운 무기가 되겠네요.
저는 아직도 지하철에서 젊은이로서 조선일보 본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고,
귀여니 님의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게 수치스럽기만 한데
그것이 정의라면.
아. 저는 어떻해야 하나요. !_!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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