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치한의 슬픔

성명  
   achor ( Vote: 19 )

"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
" 정아~ 다시 한번 생각해 봐. "
" 난 너가 싫단 말야. "

난 다시금 생각하기도 싫은
몇시간 전의 아픈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되새기며
어느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 흑...흑...흑... '

그때 마치 내 마음을 대신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옆 자리였다.

한 40대 초반정도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허름한 양복차림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내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슬펐지만
그 사람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였다.

" 형씨. 뭐가 문제슈? "

그렇게 몇잔의 술과 몇마디 얘기가 오고간 후
그 40대의 남자는 슬슬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조그만 중소기업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능력있는 젊은이였었다.

그러나 그는 그리 뛰어나지 못한 외모와
더듬거리는 말 주변 때문에
번번히 선에서 어떠한 소득도 못 올리고 말았다.

결국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고,
40세가 넘은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그가 38살이 되었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지하철에서였다.

무척이나 더운 가운데
1호선 선풍기는 그 열기를 식히기에 만무했고,
신도림을 지날 무렵
참을 수 없는 인파로 지하철 속은
발 디딜 곳 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할 곳에서
그의 내려진 손에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한 여자의 씜이 닿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토록 어렵다는
치한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으며,
자신의 못피운 욕구를 그렇게 해소하고 있었다.

그는 진정한 역꾼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일을 해내고 있었던 게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묵묵히 치한의 길을 걷고 있었지마는
그 많은 경찰들이 단 한차례도
그를 잡아내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나날히 기술이 향상되어
절정의 고수가 되어가고 있었던 게다.

그는 아무도 몰라주는 것이 싫었다.
이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추행의 프로가 되었으나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슬펐다.
자신은 [ 구국 치한 ]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고 싶었으나
국가, 심지어 동사무소에서 조차
그를 위한 아무런 표창도 내려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그동안 묵묵히 해왔던 치한의 생활을
그만둘 중대한 결심을 내린 것이었다.

아무도 몰라주는 일에 열중했던
그간의 세월이 무상했기에
그는 그렇게 술을 마시며 눈물을 보였던 것이었다.

나는 그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리하여 내가 그를 인정하기로 결심했다.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기술 전수는 물론이고,
보다 나은 추행 기술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맹세했다.

[ 그래. 난 이제 완벽한 치한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

화이팅~

ps. 썰렁하군~ --+
오늘 버스에서 치한을 봤쥐비~
룰루랄라~


3672/023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84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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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8/23/2021 11: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