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Article 작성자 * 비밀번호 메일 홈페이지 * 제목 에디터 본문 achor wrote >+ Lawrence of Arabia, David Lean, 1962, 영화 > > 일요일 오전, 난 대한극장 앞에 홀로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일부러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난 감상적인 사람은 아니었고 >단지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가까이 되기에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 >던 중이었다. > > 혼잡하지 않은 찻길에 건물들 사이로 빼꼼이 비쳐오는 햇살, 가족끼리 >손을 잡고 나온 일요일 오전의 풍경은 참 평화로워 보였다. 나처럼 이 영 >화를 보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보통 가족단위였는데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니 상영관 수입이 걱정될 정도로 사람들은 적었다는 게 바른 >표현일 게다. > > 그것도 당연한 게 이런 영화를 볼 사람은 무라카미 류의 영화소설집을 >읽은 젊은이나 아니면 지난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년층의 가족들일 거라고 >난 생각했다. 그 중년층들은 마치 커다란 교육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표 >정을 지으며 집에서 쉬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데리고 온 사람들일 >게다. 자신은 이렇게 가족을 위해 노력, 봉사하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 >힌 채. > > 시간이 너무 남아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칼국수를 하나 먹곤 타임캡 >슐을 묻어놓은 '한국의 집'인가 하는 곳을 가서 시간을 때운 후 다시 대 >한극장 앞으로 돌아왔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 내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던 것이었 >다. 이 영화의 연장상영이 인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다음 상영할 작품 >과 시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일 거란 내 예상은 산산히 깨지고 말았던 게 >다. 그렇지만 그다지 틀리지 않았던 건 다른 영화와는 달리 넓은 관객 연 >령 분포층. 아줌마와 함께 영화를 보는 건 '타이타닉' 이후 최초였다. > > 류가 '가장 사막을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라고 하여 난 처음부터 사막 >관찰에 내 모든 주의를 쏟았다. 그 결과 내가 얻은 것이라곤 참을 수 없 >는 수면욕 뿐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편히 자고 있을 내 유일한 휴일, 일 >요일 오전을 이토록 노동하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끝없이 펼쳐진 단 >조로운 사막의 풍경은 아름다움 이전에 권태로움이었다. 그래서 2년 전 >극장에서처럼 난 잤다. > > 얼마 지나 쪽팔림 속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70mm 스크린 속에서는 한 >영웅적 인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이것이 미국 영웅주의의 시조인가 할 >정도로 Lawrence란 영국산 백인은 때론 오만할 정도로 당당하였고, 또 때 >론 심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웅의 나약함은 >마치 승자의 아량처럼 느껴질 뿐, 연민 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 > 영화에 미친 많은 이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는 이 영화를 난 결코 유쾌 >하게 보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보았던 아침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아무 >래도 난 결코 예술성과는 가깝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 >하는 영화나 음악이나 소설은 적당히 예술성과 상업성을 갖춘 것들이었 >다. 예술성이 높은 작품에서는 지루해졌고, 상업성을 추구한 작품에서는 >경박함이 느껴져 외면했었다. > > 예술성을 인정받는 이 영화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광활한 사막의 모 >습도, 시처럼 아름다운 대사도, 스케일 큰 전투씬도. 난 그런 걸로 영화 >의 우열을 가리지 않았다. 그 영화가 의미하는 것, 난 그것만을 생각했었 >나 보다. > > 아직 一家見을 갖기엔 멀었다. 보다 많이 생각해야 하고 경험해야 한다 >는 것을 깨달았다. 때론 잡다한 상식을 머리 속에 늘어놓아 정돈되지 못 >한 혼잡함을 느껴보고 싶다. > > 그렇지만 일요일 오전, 그것만큼은 참 상쾌한 시간이었다. > > > > > > > > > 98-9220340 건아처 > > 분류 공지잡담추천고발고백호소질문답변경악황당제안경고독백씨바환호영상유틸제작복제알림관리 공개여부 비공개 파일 비회원은 업로드가 제한됩니다. reCaptcha 스팸성 광고물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 후에 게시물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