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쌓기 (200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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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667 Vote: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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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전자신문 명예기자들을 만나면 나는
이들이 바로 보통의 대학생들이겠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그들은 취업얘기나 시험얘기, 유학얘기 등 내가 제대로 된 대학생이었다면 생각하고 고민했었을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 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면 대체로 화제의 경향이 다르고, 생각이나 행동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을 한 명 발견한다.
그 친구는 역시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나와 많은 부분을 공감하는, 명예기자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인간이다.

그 친구와 나는 성공률 100%의 신화를 기록한다.
물론 처음에는 그저 장난삼아 했던 것들이 이제는 100%의 신화를 계속해 나가기 위한 의무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사실 야혼이나 용팔과 뛰던 시절에도 실패는 많이 했지만
결국은 고난 끝에 성공하는 편이긴 했다.
그러나 이 친구와는 다르다. 으례 있어야할 실패도 별로 없고, 대체로 단박에 먹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이 친구가 야혼이나 용팔보다 잘 생긴 건 또 아니다.
나도 포함하여 모두들 고만고만한데 이상하게도 이 친구와는 잘 통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100%의 신화에 열광하고 있고, 이를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투쟁한다.
예상했다시피 며칠 전의 영웅담도 이 친구와의 일이다.

강남역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지금, 지난 후에 생각해 보면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딱 한 시간을 기다린 후 명예기자들이 모여있는 건대로 향했다.

사장이 건대로 찾아온 시간은 그로부터 잠시 후.
기분 같아서는 썅, 뭔데 이제 나와, 하고 쌩 까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먼저 잘못 했던 바.
사실 약속은 오후 2시였는데 자다가 약속을 늦게 연기했던 터였다. --;
그래도 그렇지. 썅.
나는 약속 늦춰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지는 1시간이나 늦게 나왔으면서 왜 미안하다고 안 해! 콱.

그 사장 이야기를 내가 잘 들어주었나 보다.
하긴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그 사장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사장은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명예기자들과 회의할 내용이 있었단 말이다.
시간 너무 많이 뺏은 건 아닌지 미안하다며 대충 떠넘기고 명예기자들을 찾아 나섰다.

역시나.
우리의 귀여운 명예기자들에게 밤 11시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내가 도착하여 오랫만에 서로 얼굴을 확인한 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
그리하여 결국 남은 건 여전히 그 친구와 나뿐.

지난 번 영웅담이 있었던 그 술집으로 들어간다.
일단 내가 먼저 출격한다.
그리고 단 한 마디만을 건네고 돌아온다.
실패다. 애들이 너무 싸가지가 없다. 그들에게 두 마디 거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다음은 그 친구다.
앞뒤로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각각 접근하는 건 너무나도 멍청하고 무모한 일이지만
벌써 새벽 3시다. 시간이 없다.
그 친구 역시 실패하고 돌아온다.

먼저 접근했던 사람들이 나간다.
나는 잠시 후 친구가 실패했던 곳으로 원정간다.
잘 되고 있던 찰나.
그 때다. 먼저 접근했던 사람들이 다시 들어온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돌아온다.

최악이다. 두 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건 말도 안 된다.
우리는 좆됐다, 포기하고 그냥 가자, 생각했다.
아. 그러나 신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그대들은 나를 대신하여 100%의 신화를 이어나가라 재촉이라도 하듯이 우리를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두 번째 접근했던 사람이 우리 테이블로 온다.
저희는 괜찮으니까 같이 술 마셔요.

아. 좆됐다.
여전히 첫 번째 접근했던 사람들이 두 번째 접근했던 사람들의 옆 테이블이다.

나는 계산을 치르고 바로 나왔고,
친구는 두 번째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서 마시자고 말한다.

두 번째 사람들은 우리들을 의심한다.
무언가 두려웠나 보다. 완벽한 오해다.
친구는 다시금 나오라고 말한 후 그곳을 나왔다.

밖에 나온 우리는 생각한다.
첫 번째냐, 두 번째냐.
그리곤 좀 더 나은 첫 번째를 선택한다.

두 번째가 나오자 우리는 골목으로 뛰어가 몸을 숨기고 그들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잠시 후 첫 번째가 나온다.

자. 우리는 이렇게 성공한다.
신의 뜻대로, 고결한 100%를 이어간다.

그들은 이후 술에 떡이 되었지만 우리는 집까지 잘 모셔두고 돌아온다.
물론 후에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전해주거나 술 취한 사람을 추행하는 짓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신의 뜻을 받들어 오직 고결하다.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이것은 신뢰감의 문제다, 라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말과 행동과 외모,
기타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모조리 배제시킨 채 한 인간에게 처음 보여지는 그 일부만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는 것만이 우리의 즐거움이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나는 정의롭다.

건대에서 돌아오는 길은 정말 멀었다.
졸다 깨어나 다시 졸다 깨어나길 반복했지만 여전한 여정길이다.

신이 우리에게 그 신화를 이뤄가길 바란다면,
우리가 정의롭기에 우리가 아름답고, 신이 그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이어갈 것이다.
그 환상적인 100%의 신화를!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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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영웅 (2002-05-02 06:24:29)- 전자신문: 한빛소프트 CEO를 만나고... (2002-05-21 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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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