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2002-06-01)

작성자  
   achor ( Hit: 1014 Vote: 2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가장 좋은 건 역시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일이다.

담배 피는 일이나 커피 마시는 일도 좋긴 하지만
이들에는 그 댓가가 너무 크다.

일단 담배는 건강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자주 보는 KMTV에서는 담배, 맛있습니까?,로 시작하는 이주일이 너무 많이 나온다.
담배를 필 때면 그의 말투와 배경음악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살아난다.

커피는 좋긴 하지만 끓이는 과정도 귀찮고, 끓인 후 설거지 해야하는 과정도 귀찮다.
그리하여 한때 원두커피 메이커를 하나 살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 돈이면 다리미를 하나 사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물론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일도 약간의 댓가는 따른다.
가스료와 수도료가 있지만 이것은 충분히 감당해낼 만큼 적은 금액이기에 별 문제가 아니지만
빨래를 하지 않아 더이상 수건이 없다는 건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수건으로 닦아내지 않고
그저 온몸에 흐르는 물방울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그냥 말리는 것에 익숙해진 터다.
수건이 없으면 그냥 말리면 된다. 불편하지 않다. 이 정도쯤은.

여느 해와는 달리 올해는 아무리 날이 더워도 찬물로 샤워하고 있지 않은데
찬물로 샤워하는 일이 번쩍번쩍 생각을 깨워주긴 하지만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만큼 여유롭게 시간들을 되집어보는 기회를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일은 내게 지난 시간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여유를 준다.

한 일 없이 밤을 새고 난 후 아침부터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며
지난 한 주를 생각한다.
이번 한 주는 나름대로 괜찮았었던 것 같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평범한 생활을 했다.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루가 길게 느껴졌으며, 할 일이 없어 월요일에는 대청소까지 했었다.
바닥을 대걸레로 닦은 일은 이곳으로 이사 와서 세 번째정도 밖에 없는 드믄 일이었다.
요즘은 다시 조금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직 맨발로 바닥을 걸을 수 있을 만큼은 깨끗하다. ^^
아참, 지난 화요일에는 처음으로 학교까지 갔으니 나는 정말 성실했었던 것 같다.

구니는 대단하다. 그는 선견지명이 있었고, 생각이 깊었다.
그가 사온 대걸레와 양초, 값비싼 양주잔 중 하나 필요 없는 것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만약 그의 대걸레가 없었다면 나는 바닥을 결코 닦지 않았을 것이고,
양초가 없었다면 운치 있게 술을 마시지 못했을 것이며,
값비싼 양주잔이 없었다면 나는 커다란 자신감 하나를 잃었을 게 분명하다.
그의 양주잔은 다른 모든 이가 갖고 있는 각각의 상품 중에서 나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에는 다소 우울했다.
수요일, 갑작스레 약속도 없이 들이닥친 형님과 멤버들 덕택에 내 계획이 어긋났다는 것이 발단이 되어
나는 삼 일 내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들이 싫어졌다.
여자들이 내게 소리치는 일이나 나를 귀찮게 하는 건 기분 좋지 않은 일이다.
나는 모든 걸 때려치고 산으로 들어가 살거나 예전처럼 여자에 관심 없어지기를 바랬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그 우울함을 달래고자 나는 음악 작업을 하였고,
마침 형님께서는 지난 화요일, 두 번째 MD를 가져다 주신 터였다.

나는 1994년 당시 타이틀곡이었던 순우신화,를 첫 번째 작업 대상으로 잡고
이것저것 오랫만에 음악 작업을 하였는데
막상 미디음원과 전자키보드 등의 장비들이 모두 집에 있는 터라 쉽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팬3 500의 컴퓨터는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는 데 엄청나게 후달리기도 했었고.

악기가 없으니 오직 컴퓨터만으로 작업을 해야 해서
오선지를 붙들고 하나하나 컴퓨터로 찍어가며 음정과 화음 작업을 하는 노다가를 감수하기도 했고,
열악한 컴퓨터 덕택에 동시 녹음, 풀 녹음이 되지 않아
단락단락 끊어서 목소리만 녹음한 이후 각각 편집하여 하나의 곡으로 믹싱하는 작업까지 해야만 했다.

이것은 실로 내 노력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자. 음악은 이곳에서.
http://empire.achor.net/acboard/acboard.php?id=ae_compose&m=v&num_seq=1

어쨌든 또 다시 한 주가 갔고,
벌써 6월이다.
2002년이 가고 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15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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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