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04-07-09)

작성자  
   achor ( Hit: 615 Vote: 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9일까지 계속된 SNEC이 기어이 끝났다.
시작 전에는 어떻게 3주나 버틸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난 지금에 와서 되돌아 생각해 보면 시간은 금새 흘렀다는 걸 느낀다.

또 그만큼 그립고, 아쉽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침 9시까지 그 먼 수원까지 가서 하는 일이라곤
뒷자리에 앉아 잠을 자거나 밥을 먹고, 그리고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누고 돌아오는 게 고작이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은
그 시간들이 마냥 그리워 지기만 한다.



2.
이로써 나는 1996년부터 질질 달고 다녔던
'대학생' 이란 신분을 드디어 벗어나게 되기도 했다.
또한 1984년부터 이어온 '학생' 이란 신분까지도 이제는 완전히 끝났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길게 이어온 하나의 호칭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이다.

아직은 실제적으로 졸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곧(아마도 8월 정도에) 정식으로 나는 졸업장을 받으며 졸업을 할 것이고,
그럼 이제 학생이란 신분이 주었던 여러 혜택 역시 버려야만 하게 될 것이다.

'학생' 이란 신분은 비교적 내 삶에 도움을 주었던 편인지라
나는 조금이라도 이 신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꿈을 꾸었던 적은 없었다.
아쉬울 뿐이다.



3.
SNEC은 학교에서 국제품 이수를 위해 마련해 놓은 특별 여름 캠프 같은 거였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합숙을 하며 3주간 영어 수업을 받게 되는데
나는 '직장인' 이란 또다른 내 신분을 들먹이며 합숙을 거부했었다.

보통의 경우 같으면 이런 캠프에 내가 참여할 리 만무할 것인데
학교측에서는 출석만 해준다면 졸업시켜 줄 것을 보장했던 터다.
졸업을 위해 조금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나쁠 것 없어 보여
나는 억지로 SNEC에 참여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꿈꿔왔던 대로
나는 뒷자리에서 잠만 자는 조용한 학생이고 싶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았고, 유치한 장난을 치거나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심심하게, 고독하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그렇게 3주간을 버티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토록 사람들과 정이 들게 될 줄이야...



4.
기억에 남는 것은 내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이다.

그간 숙제를 미리 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내가
최고는 아닐 지언정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던 데에는
'마지막' 이라는 의미 때문이었다.

이것은 내 삶의 마지막 수업이 될 것이고,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이 될 것이며,
그리고 마지막 기억이 될 것이었다.

나는 내 삶에 있어서 '대학'과 뜨거운 안녕의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다른 이들이 무거운 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과는 상관 없이
나는 'Good Bye' 라는 주제를 택했고,
그것을 추억어리게 표현해 내려 했다.

이에 관한 자료는 다음에 있다.
http://empire.achor.net/acboard/acboard.php?id=ae_research&m=v&num_seq=20



5.
같은 반이었던 사람들과 마지막 술잔을 나누며
우리는 다음에 또 볼 것을 이야기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시간은 돌아오는 게 아니다.
내가 아무리 그들과 친하게 지냈다 하더라도
그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나갔다.
때가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내 삶을 통해 배워왔다.
나는 이제 그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Adieu.

모든 것이 끝났다.
대학과도 안녕이다.

어쩐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오고,
사회적으로 살아야할 것 같은 다소간의 압박감도 느껴져 온다.

그러나 아직은
이 아쉬움과 그리움을 조금 더 누리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Adieu.

모든 것이 끝났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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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ina2004-07-14 03:39:09
네가 졸업장을 받는 그 순간까지 난 너의 졸업을 믿을수가 없는걸 --;
받는다면, 진심으로 축하~* 졸업기념으로 한턱 쏘는건 어때? 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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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