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28095번
제 목:(아처) 사랑에 관한 두세가지 이야기들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2/25 15:09 읽음: 42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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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두 세가지 이야기들...
1. 스파게티
우선 말해 둘 것은 내 입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 거나 잘 먹으며, 아무 거나 잘 소화한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난 내 입에 꼭 맞는 스파게티를 찾아 다니는 것에
내 삶을 다 받쳐 온 사람이다.
이 역설적인 두가지 얘기를 정리하자면,
비록 까다롭진 않지만 최상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나 할까...
그리하여 난 내 젊은 날을 통털어
어딘가에 있을 내 입에 꼭 맞는 스파게티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이렇게 지금은
그 어느 스파게티조차 선택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고백하자면 때론 지난 날이 후회되기도 한다.
꽤 입에 맞는 스파게티였지만
보다 내 입에 맞을 스파게티가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또 다시 다른 스파게티를 찾아 떠났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하면,
'아~ 그게 바로 나한테 맞는 스파게티였구나'란 생각이 들곤 한다.
뭐 인간이란 원체가 불완전한 동물이니
난 날 미워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그렇지만 사랑과 스파게티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랑과 달리 스파게티는
그 맛있었던 스파게티를 요리하던 가게에
언제라도 다시 찾아가 맛볼 수 있다는 것...
2. 일방통행
거창하게 '세상의 연으로부터 독립되고 싶었다'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쪼잔하게도 돈을 못내 짤린 것 뿐이다.
아. 내 호출기 얘기.
그렇지만 호출기가 없다고 사랑하지 말란 법은
태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난 사랑하기 시작했고.
이 사랑은 상당히 새로운 맛을 준다.
일방통행로를 질주하는 맛이라고나 할까?
난 그녀에게 마음껏 연락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처럼 답신호출이 안 온다고 속태울 일도 없고,
또 구차하게 몇 분 후에 답신호출이 오는지 재고 있지 않아도 되고.
원래부터 나처럼 단순한 인간은
그런 세세하고 자잘한 부분에 대해서 무감한 편이지만
아예 완전히 떨쳐버리니 참 마음이 편안한 느낌인 게다.
그렇게 내 일방적인 연락만이 매개가 되는 사랑은 계속되겠고,
언젠가...
그 호출번호로 가는 내 손길이 끊길 때 쯤이면...
그 사람은 내 마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겠지...
난 그것을 이별이라 정의내리려 한다.
3. 마리화나
난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리화나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렇게 구히기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마약이
실상은 무척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
난 완전히 중독되어 버린 것이었다.
대학교 입학 후 첫 미팅...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아이는 무척이나 호기심 많은 아이였기에
마약을 권하는 내 검은 손길에 무척이나 쉽게 유혹당했다.
마약에 취해 횡설수설 하는 그 애 얘기 속에는
한 남자가 등장했다.
6년 동안 그 여자 아이를 쫓아다녔다는 그 남자 아이...
그 여자 아이는 마약에 취해
내 품에 안겨 첫 입술을 내게 주었다.
난 그 남자 아이를 생각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을 바쳐가며 얻고 싶었던
그 여자 아이의 입술이 이렇게 쉬운 것임을 안다면
그 남자 아이는 얼마나 허탈할까...
그리하여 난 더욱 마약에 중독되어 간다.
지나간 내 슬픔을 잊으려 하듯이...
1125-625 건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