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종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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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8 Vote: 1 )

* 하나의 단상들의 집합처럼 느껴만지는 [ ~에 관하여... ]란 제목의 글들은
항상 내 생각을 정리시켜 주고 있다. 글에도 생명이 있음을 느낀다.

1년이 다 되어 가는 기간동안
수없이 많은 관념들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그 선택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 종교 ]이다.

우연히 기회가 닿아
무작정 펜을 들긴 하였지만
그간 게시판에서 나누어졌던
영재, 정준, 경원이의 대화들처럼
그 어떤 깊은 믿음이나 지식의 결여로 인하여
자칫 보잘 것 없는 내 사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단지 나의 생각을 늘어놓는 정도에서
이 글을 적어보기로 하겠다.

내게 모태신앙은 없었다.

어머님께서 혼전 천주교에 적을 두셨다는 얘기를 듣긴 하였지만
그 정도가 얼마만큼이었는지는 심히 의심이 간다. (당삼~ 울 엄마.. 푸히~)
아버님께서는 아버님답게 아무 종교 없이 그냥 사셨고,
할머니 쪽에서는 불교를 믿고 계신다.

어렸을 때 난 할머님을 따라서
절에 갔던 기억이 난다.

절 특유의 은은한 향같은 분위기는
아직도 열악한 내 기억력 속에 남아있는
고요함, 그리고 아늑함이다.

국민학교(現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난 어머님 친구분을 따라서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사실 믿음을 말하기엔 난 너무 부족하였다.
기억하건데 거기엔
한 때 좋아했던 소녀-물론 교회이전부터 좋아했다-와
내 즐거웠던 개구장이 친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교회를 다닐 수 있어던 배경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교회의 헌금시간이다.

두명의 아이가 자주빛 천으로 둘러쌓인 통을 들고는
뒤에서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향했다.
그 때 우리들은 마치 구걸에 동조하는 양
동전을 던저 주곤 했는데
과연 그것이 신께 드리는
마음인지 심히 의심이 간다.

그리곤 나눠져서 교리를 배울 때면
출석과 동시에 헌금 금액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100원씩을 헌금했지만
비록 어린 나이긴 하였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행위인지
심각히 고민할 수 있었다.

그 소녀가 사라진 뒤
나 역시 교회와 거리가 멀어졌고,
다시 다른 친구의 권유로
이번엔 성당에 갈 기회를 얻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친구가 신에 대한 어떤 경건한 마음 때문에
성당에 다니고 있었던 것은 아님을 고백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보다는
단순한 동경과 호기심에 성당에 발길을 돌려본 듯 하다.

성당과 나와의 만남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고,
다시 나는 본연의 나로 돌아왔다.

일요일이면 늦게 일어나
통신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런 일상적인 나 말이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거쳐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앞서 몇번 얘기했던 [ 순우교 ]의 탄생을 맛보았다.

순우교에 대한 얘기는 앞서 말한 바가 있음으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다시금 나는 힌두교에 빠져들게 되었다.

무언가 이국적인 신비감,
단지 그것에 빠져든 것이다.

이는 힌두교에 빠져든 것과는 차이를 지닌다.
힌두교를 믿겠다는 것과 거리 먼
힌두교를 학문으로 공부해 보고픈 욕구였다.

-그리하여 인도어학과에 진학하여
인도 유학의 꿈을 꾸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내가 갖게 된 결론은 한가지이다.

단지 [ 자신의 마음만이 중요하다 ]란 것

신을 믿건 안 믿건,
어느 신을 믿건
그런 표면적인 것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다만 표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어떤 정의를 간직한 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종교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때
학문으로 다양한 종교를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경전에 담겨있는 얘기들이
절대적 진리인양 착각하고,
그 착각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도 아쉬움을 느낀다.

다시금 말하지만
인간이 신의 노리개가 아니라면
신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실 테고,
자율의지란 명목으로
그 소중한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시지는 않았을 게다.

ps. 후에 편집될 수 있음

종교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없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느껴온 것이었다.
한 친구중에 기독교에 심취해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와 난 무수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결론은 도출될 수 없었다.
종교논쟁은 결코 결론날 수 없다.
종교는 그 자신의 모든 것이 걸린 믿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종교는 무척이나 무서운 것이다.
타협이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좀더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가 관여할 권리가 있다면 말이다.





자랑찬 칼사사 무적 두목
3672/0230 건아처


본문 내용은 10,23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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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