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성훈과의 마지막 통신은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아침 8시 20분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후
성훈은 잠깐 눈을 붙인다고 했고, 난 그 때 자면 못 일어날 것을 알기에
빌려놓았던 비디오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새 잠들었는지 일어나보니 아침 11시인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난 성훈과의 마지막 만남을 이루지 못했고,
그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그리곤 조금 전 성훈에게서 포항에 도착했다는 음성이 왔다.
몸살이 걸려서 무척이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이제 곧 훈련이 시작될텐데...
그는 나의 너무도 큰 실수로 포항에 혼자 가게 되었다.
가족도 포기한 채 조용히 하려 했는데...
그의 마지막 음성을 들으며 난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움...
난 그 고통을 안다.
그 병원에서의 눈물을 난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칼사사 모두 그렇겠지만 성훈과 나는 칼사사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자주 했던 작업 중에는
예전에 나중을 위해 썼던 글들을 후에 에디트하여
말 못할 비밀들을 늘어놓기도 하고, 숨길 수 없는 감정도 드러내곤 했었다.
서로의 그런 글들을 찾아가면서 즐거움 역시 느꼈고...
내가 예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성훈이 에디트한 글을 퇴원 후 찾아낸 적이 있다.
난 눈물을 흘렸다.
내가 병원에 한달간 입원해 있을 때,
며칠 간격으로 그의 감정을 기록해 놓았던 그 글...
내가 무심코 말했던 '요절'이란 말에
그가 그렇게 나의 죽음을 걱정했던 그 글에 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곤 지금은 그가 울고,
또 내가 운다.
그 역시 지금 죽음을 말하고 있다.
이 표현을 마치 자신에 대한 측은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를 죽여버리고 말겠다.
죽음을 담보로 장난을 칠만큼 우리는 그렇게 배장있는 놈도 아니며,
또 그럴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이게 마지막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 우리에겐 많은 날들이 남아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