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北上

작성자  
   achor ( Hit: 165 Vote: 1 )

1

늦은 시간, 난 친구네서 트럼프를 치고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WIN95'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그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던 게다.

이상하게도 왠지 첫번째 까는 마지막 13번째 카드를
이동시킬 수 있다면 게임을 풀어낼 수 있을 것같은
그런 생각이 이유도 없이 들었다.

수많은 실패 끝에 겨우 성공하였을 때는
그 이유없는 느낌이 정확히 드러맞고 말았다.


2

아무 것도 없는 정말 썰렁하다 못해 황량한
그 친구의 방에서
우리는 어디든지 갈 것을 결심했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대학로, 돈암동, 청량리, 한강 등을 돌아다녔다.

역시 이유도 없이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들고 있었다.




3

이유없는 직감이 인간의 제6감이든 아니든
때때로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U턴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얍실하게 안 보이는 1인치에 숨어있던 짭새한테 걸려서
6만원이란 거금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우리는 침묵했다.


4

다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목표도, 계획도 없이
우리는 무조건 달리고 있었던 게다.

마천루 속에 수많은 불빛과 사람들, 차량들...

항상 내가 있던 도시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난 이 도시를 빠져나갈 생각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건 무척이나 비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5

그렇게 단지 달리기만 했던 우리는
어느새 주위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됐다.

고압적인 고층빌딩도 사라졌고,
갑갑할 정도로 붐비는 사람들도 없었다.

간혹 띄엄띄엄 있는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
먼 곳까지 훤히 보일 듯한 그런 곳이 나타난 것이다.




6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무언가 세련되지 못했던 그 시절의 풍경들...

내 열악한 기억력을 문제 삼으려는 자도 있겠지만
그건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의 문제이다.

그 낯선 곳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내가 살았던 곳인양 내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 역시 센티멘탈함을 느꼈다. 흘~

7

우리는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던 게다.

올라만 가라!
무조건 상승하라!
지하의 낙원은 낙오자의 변명일 뿐이다!

돋같은 세상!

난 뭔가!



8

그렇게 도착한 곳이 의정부였으며,
얼마 뒤 내가 갈 곳이라는 점에
기분이 우울해 졌다.

차에서 내려 잠시 담배를 피며
지난 시절의 노래, 'Forever'를 들었다.

참으로 애절하군...

그리곤 돌아왔다.


9

오늘은 겨울바다를 낯선 사람과 가기로 했다.

떠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말하는 바에 따라
어디든지 돌아다녀볼 예정이고,
무엇이든 해볼 생각이다.

20대 중반이란 나이는
기분 내키는 대로의 자유를 앗기에 충분하다.


건아처


본문 내용은 9,96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19112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19112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51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456
18371   [공지] 운영진 결정 gokiss 1997/11/28213
18370   [달의연인] 아름다운 죽음에 관한 사색 중에서 cobalt97 1997/11/28184
18369   [달의연인] 수영아....봐봐 cobalt97 1997/11/28153
18368   [달의연인] 헉..현주야... cobalt97 1997/11/28166
18367   21살의 이야기....14 gokiss 1997/11/28154
18366   [지니]무참히 깨졌다 mooa진 1997/11/28162
18365   [지니/죽음]한마디 mooa진 1997/11/28147
18364   [NEZ.] 큰 일이다..에궁.. zv621456 1997/11/28166
18363   (아처) 北上 achor 1997/11/28165
18362   [eve] 지각인줄 알구 왔는데.. 아기사과 1997/11/28163
18361   [eve] 아처.. 아기사과 1997/11/28156
18360   [공지] 97년 11월 주제 gokiss 1997/11/28160
18359   [공지] 칼사사 부두목 gokiss 1997/11/28213
18358   [달의연인] 센티멘탈 cobalt97 1997/11/28156
18357   밑에 글.... zizy 1997/11/28156
18356   내가 어떤 외시생을 ,,,, zizy 1997/11/28188
18355   [체리양] 난 언제나 아처의 글을 보고 헷갈리지~ 체리soju 1997/11/27200
18354   (아처) 이별 achor 1997/11/27206
18353   [달의연인] 상실의시대 cobalt97 1997/11/27161
    512  513  514  515  516  517  518  519  520  521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