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다.
통신 접속을 하고 있는데 언니가 비에 젖은 우편물을 내밀었다.
'제주도,...오미숙'
'사랑하는 내 지혜에게'
난 비에 젖은 그 우편물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나오려했다.
그 우편물은 다름아닌 그 아이가 언젠가부터 늘 말하던 커다란 노트였다
나를 생각하면서 지난 1년동안 쓴 편지와 글......
그아이는 그런 아이였다,
중학교 1학년때 우연히 학교에서 단체로 펜팔을 시작으로 만난 그아이.
처음엔 열심히 편지를 보냈지만 ,난 바쁘다는 핑계로 그 아이에게 소홀할때가 많았다.
그런 내게 그 순수한 아이는 달랐다.
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늘 날 걱정하고 날 생각하면서 내 곁에서 함께했다.
"감기에는 걸리지 않았니?""학교 생활은 어때?""힘든 일은 없니"
겨울이면 발갛게 물들인 강아지 풀을 편지지 사이에 끼어서 보내고
가을이면 예쁜 제주꽃을 말려서 보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초코랫을 편지지에 몰래 싸서 보낸적도있다.
내가 조금만 힘겨워하는 기색이라도 보일찰라면
단 한번 만난 그 예전의 친구 그 무정한 친구에게 그 아인
순수한 사랑과 우정의 눈빛으로 날 감동시켰다.
그애 앞에서 난 얼마나 많이 부끄럽고 또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요즘에도 늘상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그애에게 연락이 와도 난 그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떻게 그 사랑에 내가 보답해야 좋을지 몰라
내내 가슴만 졸였다.
그런데...오늘 난 또다시 울고 말았다.
난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가끔씩 그 아일 보면서 사람이 한 사람을 이토록 정성껏 무한히 사랑할수 있구나..
이런것이 바로 우정이자 진정한 사랑이구나....
라는 걸 느낀다.
나처럼 못난 친구를 둔 그 아이...
이제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그아이를 알게 된지...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면
"니 어디 아픈데는 업써?"
사랑하는 친구.
요즘처럼 순수함이 사라지고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친구를
만나고 이용하고 서로가 필요할때만 누군가를 찾는
그런 기계적이고 차가운 세상에서 이런 만남
이런 소중한 사람에게서 때묻지 않은 이런 순순한
친구를 보면서 난 고개를 숙인다...
진정........
친구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삶이란 무엇인지
회의하던 내게 이 아인 그 대답을 안겨준거 같다.
그것은.......
그 아이의 편지를 읽으려 한다.
비에 젖은 그 편지가 씌인 노트를 날 닮은거 같아서
골랐다는 그 노트를 내 가슴에 뭍고,그 사랑에 우정에
기대어 보려 한다.
이처럼 비가 오는 날이 그리 슬프고 혹은 우울하지만은 않은거 같다
힘겨운 날이 더 많고.늘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한적이 많았지만
가끔 우린 이런 작은 아름다운 일.작은 한마디와 작은 사랑에
살아갈수 있는거 같다...
살아갈수 있느거 같다.
그러함에 다시 일어 설수 있고....
힘차게 살자.
이제 힘차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