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 영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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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iid ( Hit: 190 Vote: 7 )

To. 수민

잘지내고 있는가? 멋진 해병대 편지지에 편지를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질구질한

Note에 편지를 써서 죽 찢어 편지를 붙이는 것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편지를 쓰게된 경위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겠다. 칼사사 친구들은 모두 잘 지내나

모르겠군. 날도 한참 쌀쌀해지고, 감기도 지독하다고 하던데... 영재가 해병대원이

된 것은 알고 있겠지? 11월 21일에 6주간의 훈단 생활을 마치고 새우깡 하나의 해병

대원이 됐다. 지금은 통신교육대대에서 후반기 교육 4주를 받고 있지.

나 통신병으로 가거든. 부임지는 백령도 6여단. 성훈이와 같은 곳이니까 혹시성훈이를

보게 될지도 모르지. 훈단에서는 편지도 잘 안붙여주고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가 않아서

편지를 많이 쓸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 칼사사 친구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구나.

아직까지는 그리 힘든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육체적으로야 힘든일은 많다.

훈단때 산악행군, 무슨 훈련. 무슨훈련해서 참 많았지.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직 없다. 실무 생활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 곳 통신교육대의 생활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하는거다. 밥먹고 수업듣고 밥먹고 자습하고 자다가 야간

경계근무 좀 서고 그러면 끝이야. 그래서 선임들이 말하길 이곳은 해병대안의 '마지

막 천국'이라고 한단다. 선임(우리위에 한 기수 선임과 같이 생활을 한다.)들이

일주일 수료를 앞두고 실무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나까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가끔 내가 군바리라는 것을 망각하고 지낼때가 있다. 아직까지 민간사회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 그런가봐. 내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그대로 할 수 있었지.

그러나 군대는 안 그렇거든. 그것때문에 힘들때도 많다. 새로운 경험속에서 재미있는

Episode도 많지만...

친구들이 보고 싶고, 술 한 잔 걸치고 웃고 떠들고 싶기도 하고 그럴때면 가끔씩

과거를 회상하지. 야간 경계 근무를 설때 먼 거리에 보이는 포항의 Neon Sign을

바라보며... 아마 내가 12월 21일쯤에 3박 4일 정도의 위로휴가를 나갈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성탄절을 민간사회에서 보내기는 힘들듯하고, 칼사사 정모 or 번개와

시간이 맞아서 너희를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정 안되면 까짓거

내가 번개치지. 수민아 비번 아직 안 바꿨지? 바꾸지 마라. ^^;

한 시간만 더 수업을 들으면 저녁식사 시간이다. 어느샌가 또 하루가 흘러갔구나.

수민이 너는 언제 군대가냐? 면제냐?

정말 젊은 시간을 군대라는 곳에서 흘려보낸다는 것이 정말 아깝다. 누군가

그러더군. 군대에 올꺼면 해병대나 특전사같은 빡샌데로 오고, 그렇지 않으면

면제 받을 길을 강구해보라고...

어정쩡한 것은 정말 젊은 날을 허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만 줄인다. 잘 지내고 칼사사 친구들에게도 안부전해라.

이제 모두들 기말고사로 바쁘겠구나. 다들 시험 잘 치기를...

1997년 12월 2일
대한민국 해병대 이병 영재가...

p.s : 주말에만 편지를 겉는다고 교관님이 그러시는 구나. 좀 늦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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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영재에게 온 편지였습니다.
-수민


본문 내용은 9,93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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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