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상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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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0 Vote: 2 )

<상주 가는 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17시 50분 상주행 차에 올랐다.

간단하게 읽으려고 준비한 三浦綾子의 '살며 생각하며'와
터미널 가게에서 산 '숯불구이 프로 오징어',
그리고 '빠다빵'과 '포카리스웨트'를 들고서 말이다.

늦은 6시, 이미 세상은 어두웠다.
그러기에 버스 안에서 계획대로 책을 읽을 수는 없었으며
여전히 빈둥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

승객은 나를 포함하여 한 5명 가량 됐는데
난 맨 뒷자리 근처에 혼자 앉아서
다양한 체위로 시간을 보냈다. --+
(그 무슨 짓을 하더라도 누구하나 간섭할 사람이 없었다)

은은하게 Kola의 '첫사랑'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왠지 고딩시절이 생각났다.
어떤 음률이나 리듬적인 면에서 말이다.

사고는 지난 시절 영재와 함께
심야에 서울 외곽지역으로 떠났던 일로 연결되었다.
그 밤버스 안에서 영재의 사랑이
내 초딩 동창임을 알고 서로 얼마나 황당해 했었는데...
이제는 영재와 헤어진 사이지만 말이다. --;

그렇지만 이젠 영재도 떠났고, 홀로 버스에 타고 있음을
난 깨달아야만 했다.

며칠 후 26개월 동안 나 역시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긴 여행을 홀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외롭고 슬퍼졌다.

그리곤 이내 잠이 들었다.
다양한 체위로 말이다. 푸하~

에피소드라면,
중간에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했었는데
자다가 갑자기 일어난 난
사람들이 다들 내리기에 다 왔는 줄 알고
가방을 둘러매고 버스를 내려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핫! 조금 낯설다 했더니만 휴게소였다. 푸하~ ^^;
에구~ 쪽팔려라... 푸하하~











<조부모님 댁에서>

21시 경 도착하였는데 참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세상은 온통 대선 얘기였고, 저녁을 먹은 후
(아직도 내가 채식을 하는 줄 알고 계셨다. --+)
TV를 통해 대선 중계를 보며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8시 경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는
9시 경 서울로 출발했다.



<서울 오는 길>

여전히 '훈제구이 오징어'와 '게토레이',
그리고 '매일경제신문'을 한 부 들고
서울행 10시 10분 버스에 올랐다.

신문이 읽히지 않아 가방 속에 항상 갖고 다니던
추억의 사진들을 꺼내 살펴 보았다.

쿡~ 아름다운 추억들...

사진을 보면서 난 그간의 내 미적 감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조금 느꼈다.

사진의 인물들 중에 여러 친구들이 뽑은 미녀가
그 시절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괜찮아 보였던 것이다.
흘~ --;

중간에 휴게소에 역시 들렸는데
어느 중 혹은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는지
짧은 미니스커트에 짙은 화장, 그리고 화려한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낸,
휙~ 불면 날라갈 것만 같은 뭇 날라리들이
휴게소를 주름잡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난 남자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어찌 저 아리따운 영계를 보면서 성욕을 참아낼 수 있단 말인가! --+

이젠 성인 취향으로 바꿨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는데
아직도 아닌 것 같음을 느꼈다.

여전히 버스는 텅텅 비었고,
난 갖가지 체위로 뒹굴뒹굴 거렸다. --+
(할 일이 없었어! !_!)








<에필로그>

무엇이라도 읽을 수가 없었다.
수필이든, 신문이든 말이다.

그냥 이것저것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 20년 간의 삶을 정리하고 떠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다.



건아처


본문 내용은 9,93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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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