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배기 여자아이가 귀신이 나온다던 산을 돌아
까만 산골의 밤을 통해 외할머니 댁으로 갔다.
신흥사 절 가는 산깎은 길 돌들이
한 줌 바람을 그리워하듯이
담없는 대문바깥 근원 모를 개울이
목멘 입술을 그리워하듯이
나는 그네들을 그리워한다.
참깨밭 들깨밭 사이사이 풀꽃들이
이름 모를 여름새의 종일의 노래를 그리워하듯이
감나무 고욤나무 익어가는 푸른 열매가
지나가는 바람햇살을 그리워하듯이
나는 그네들을 그리워한다.
맷돼지 발자국을 보았다고
놀라 산을 내려오던 아이들을
무덤에서 뒤구르며 전쟁놀이를 하던 아이들을
마당에다 장작놓고 옥수수를 구워먹던 아이들을
큰 개울가에서 온몸을 적셔대며 놀았던 아이들을
달도 뜨지 않은 시골의 깜깜한 밤에 숨바꼭질을 하던 아이들을
벌집에다 돌을 던져 죽어라고 도망가면서도 크게 웃던 아이들을
풀사이로 여기저기 보이던 이름 모를 꽃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아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