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판결한 환자의 자기 치료 결정권 인정을 보며
난 다시금 그들의 타인에 대한 자유권 보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을 말해보자면,
원고였던 환자는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단체 신자로서
종양제거 수술을 앞두고
의사에게 자신의 신앙을 여러차례 고백,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반면 피고였던 의료팀은
사전에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수혈도 고려한다'란
방침을 일방적으로 정했으며
결국 수술시 실제로 대량 출혈이 있어 수혈을 하였다.
이에 도쿄 고법은
"치료 방법이 환자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의사는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관련 절차를 게을리한 의료팀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그럴 것이다.
인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고 여기기에
어떻게든 생명을 살린 의료진들의 승리로 판결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은 거다.
자기 치료를 결정할 권리는 분명 환자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수혈을 거부해서 죽는다 하여도
그것이 그 신도의 결정이었다면
그 누구도 그 결정을 뒤집을 권리는 없다고 본다.
보다 나아가서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권리이자, 신을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자살마저 신이 이미 각색해 놓았다는 운명론 문제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자살의 자유,
또 자기 인생의 존재 방식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존엄사의 자유는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보편타당한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실상은 단편적으로 지난 '곽패밀리의원' 사건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환자는 의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의논하고
또 자신이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들은 전무한 설명과 일방적 치료로만 환자를 대하고 있었다.
의료계에서의 환자의 권리 찾기와
나아가서 자기 생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 최대의 자유가
실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