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벗터의 유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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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9 Vote: 1 )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전무하다는 것 정도.
어느 시절 그나마 함께 밤으로부터 자유롭게 헤엄치던 동지들은
이제 생활의 번잡 속에 다들 쓰러져 버렸다.

그럼에도 난 꿋꿋이 마치 Ultimate Warrior라도 된 양
통신 전선을 홀로 사수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특별히 할 일도 없이... --+

새벽 4시, '내일은 일찍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보고 싶은 걸'.
그렇게 되새기면서 난 누워버렸다.
아마도 지금 뻗으면 낮 13시 경에나 눈 뜰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젠장할 의지박약!
그럼에도 계속해서 흐르는 '나와 같다면'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난 잠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그러나 신께서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신께서는 그 고결한 10cm 바퀴벌레를 내 팔 위에 등장시켜
어쩔 수 없이 새벽 6시에 나를 깨어나게 했다.

무언가 근질거리는 느낌에,
조금의 꿈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숙면에 빠져드는
내가 깨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음. 경원. --;)

불을 켰을 때 재빠르게 도망하는 10cm 바퀴벌레.
음. 공존을 생각하며...

컥.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폐.
지난 밤 담배를 많이 펴서 그러나? 젠장할.

어쨌든 난 옷을 주섬주섬 집어들고 길을 나섰다.
나로서는 무척이나 획기적인 새벽 6시!

마땅히 갈 곳은 없었으나 지하철을 탔다.
그나마 가장 익숙한 대학로.
그리곤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난 햄버거와 콜라를 가볍게 먹고는 담배를 피면서
'이제 무엇을 할까'를 생각했다.

'아. 졸립군.'
2시간도 안 됐던 수면으로 인해 난 졸렸던 것이다.

학교에서 난 잘만한 곳을 찾아봤다.
왠지 들판에 누워 잠들고 싶긴 했지만
꾸역꾸역 밀려드는 인간들 앞에 눕고 싶지는 않았다.

지난 시절 홀로 자주 갔던 그 '나만의 공간'에서는
도저히 누울 수 없을 것만 같아
난 여전히 Alternative를 찾으려 했던 게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헤맨 결과.
난 내 학교에 그런 곳이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던 장소를
찾아내고 말았다. 감격.

학교 뒤에 삼청공원 쪽으로 통하는 야산이 있는데
문득 그 야산을 오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조금 올라보니,
헉. 멋진 누각이 있지 않은가!

난 그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늘에서는 벗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난 그곳에 '벗터'란 이름을 지어줬는데
순간 '빨간머리 앤'이 생각나
내 자신의 유치함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

사실 '62-3'이나 '30終' 같이 특정 지명을 바꿨던 것은
구체적 장소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암호와 같은 삽질이었는데
그 버릇이 계속되어 '벗터'란 명칭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게다. --;

어쨌든 그 평안한 곳에서 아침 서늘한 날씨 속에서도
눈을 붙이곤 피곤을 풀 수 있었다.

생활의 작은 기쁨은 이런 것일 지라.

오후엔 성훈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백령도엔 잘 도착하여 잘 구르고 있다고 했다.
모두에게 안부 전하고, 편지 써줬으면 하더군.

주소 :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남포리 사서함 603-30-2
# 409-910 김 성 훈 일병

ps.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밤이다...
언제나 그랬긴 했지만...







空日陸森 Fucking 우레 건아처


본문 내용은 9,82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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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