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엔, 내가 5살부터 14살. 그러니까 유치원 갓 들어갈 나이부터
중학교 1학년때 까지의 나이라서 사실 그 시기는 암흑기나 다름없다.
8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는 너무나 힘들고, 90년도 초만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로서는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역사에 근거해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을 알 뿐.
그 당시 우리집은 인천이었고 언제나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최루탄
냄새가 주안, 동인천, 제물포에서 부평 우리집까지 날아오곤 했다.
경찰이신 아버지는, 늘상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옷을 입고 들어오셨고,
늘 노출 부위에 치약 등을 바르고 나가셨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아버지가 옳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에 맞서 싸운
수많은 투사들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그땐 모든 게 그랬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가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사람도 아니었고
다만 필드에 나가서 활동하는 경찰 기동대장 등의 일을 했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으셨고, 그런 일상은 상당히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악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그때 모든 게 그랬던 시절
그 반대편에서 막아야만 하는 의무를 지녔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