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100%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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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246 Vote: 1 )


* * *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
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
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
을는지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
이란 말이야」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
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
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
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
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은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
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
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
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
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
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
은 진정 100퍼센트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
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
자에 걸려, 몇주일간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
들을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 속은 마치 D.H. 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
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
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펴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
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
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
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
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
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
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
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
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
고 만다. 영원히...

위의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걸작선 中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
나는 일에 관하여’에서 퍼온 글입니다.



본문 내용은 10,13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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