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유난히 추웠던 그 때, 자신의 결혼 사실을 확인시켜 준
나를 사랑했던 유부녀가 지난 7월말 잠시 한국에 왔다.
그녀는 현재 서울 모처에 거주하고 있었고, 그의 남편과 올 8월
17일 춘천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한국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둘째를 낳은 후 몸조리를 제대로 못했는지 생각보다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의 첫째 아이는, 올해 세살이고 딸이다. 둘째는 남자 아이로
1십개월되었다. 사실, 여차저차하여 이차저차한 판국에 결국
결혼식도 못하고 지내던 그녀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비교적 축하할 일이긴 하였지만, 그녀에게 있어 그런 식이라는
것은 자신의 어렸을 적 추억을 모두 지우는(혹은 지워야만 하는)
강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잊지 못했다. 둘째가 1십개월이 되도록, 이미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여우같은 세살박이 딸이 있어도 세월에
남겨진 아련한 추억을 쉽사리 잊지 못하는 듯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길 원했고 그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 확인하고픈-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것 같았다.
물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를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오래된 친구로 대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는 여지껏 나를 하나의
이성으로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차이로, 사실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하기가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다. 혹자는,
``유부녀가 주책이야... ''
하겠지만, 나는 그 마음을 내심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버린 탓일까.
곧 그의 결혼식이 다가온다. 그의 결혼식이 참가해야 할지, 말지
나름대로 고민이 된다. 나와 그녀 모두 서로를 친구로 보지 않는
이상, 내가 그 결혼식이 참석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