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경치는 사람을 참 감상적으로 만들곤 하니
난 그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적막하기만 하였다.
내가 원래 있는 이곳에서와 같은 시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작 그 시각에,그곳의 모든 것은 잠이 들어버린듯 하다.
조용히 어둠속에 멈춰 서있는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
나 또한, 그 안에서 나를 숨 죽여가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난 버스를 기다렸다.
손에는 이미 끊어놓은 차표 한장을 들고.
30분...1시간...1시간 반...
이상하게도 차가 오지 않았다.
한때나마 북적거렸던 그곳의 사람들은 이미 자가용과 택시를 타고
모두 떠나버린 뒤였다.
어찌하여 이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이 나 혼자란 말인가. --;
난 비가 내린 후 안개 자욱한 그곳의 버스 정류소 팻말 아래
홀로 서 있었다.
가득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만이 그곳에서 나와 함께 할뿐이었다.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난 당황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오려니 하고 침착히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때쯤 저멀리서 자가용 한대가 다가왔다.
"아가씨, 어디 갈라 하는데? 아마 거기 갈라 하는거 같은데
거기 가는차 여기 사람이 웬간히 없어서 차가 여기 안들리고 그냥
돌아서 저쪽으로 가버려. 언젠가 오기는 하는데 언제 올지 몰른다고.
나 거기론 안가고 저기로 가는데 거기로 가서 거기서 그차 타요.
거긴 금방 오니까."
난 갈등했다.
아. 낯선 사람 차를 뭘 믿고 탄단 말인가. 근데 차가 안오면 어쩌지.
아니다. 진짜 그냥 맘좋은 사람일수도 있지. 모.
그러다가 차가 안오는 당황감과 지칠대로 지쳐 피로감에 눌린 난
그런 기회가 온 반가움에, 그래도 그 사람 얼굴을 꼼꼼히 살핀후
타기로 결정했다. 사람은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건만.
그래도 기분이 웬지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행히도 맘좋은 사람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낯선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여하튼 몇분 뒤 난 마을에 도착하였고
내가 가야할 곳과는 아직도 꽤 거리가 있는 곳 같았다.
서울과는 다른 시골의 풍경.
초라한 건물들. 둘러싸여진 들과 숲. 나이 많은 노인들.촌스러운 느낌.
뭐 별 처음보는 새로운 모습들도 아니었건만
난 그 낯선 모습에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곳의 그런 느낌과 동화되고 싶었다.
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냥 걷기 시작했다.
가다 허름한 구멍가게에 들어가 먼지 허옇게 싸인 물건도 사고
(얼마나 먼지가 쌓이고 더럽던지 아주머니가 수건으로 닦아준뒤 주셨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정말 꼬부랑이 할머니와 정겨운 대화도 나누고
밭길을 따라 맨날 보던 채소도 별스럽게 살펴보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그때 그때 느끼며
난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난 터미널로 가는 차를 탈수 있는 곳을 사람들에게 물어
다시 꽤 오랜 시간을 걸어 그곳으로 갔다,.
배차 간격이 큰지라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차를 탈 수 있었다.
역시 시골이란 모든것이 불편하다.